SNS에 "韓 국회가 합의 불이행" 일방 주장
대미투자특별법 지연 언급
대미투자 이행 압박 차원 해석
靑 관계부처 대책회의 긴급대응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 삼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압박했다.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펀드의 신속한 집행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한미 무역 합의에 법안 발의 내용만 포함돼 있었던 만큼, 신속한 대미투자 압박을 위한 무리한 주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 합의를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합의와 방한 당시 최종 세부내용 합의를 거론하며 "왜 한국 국회는 합의를 승인하지 않았느냐"는 표현도 사용했다. 다만 상호관세 인상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는 27일 오전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주재로 '대미 통상현안 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언급 배경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참석했고,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도 배석했다. 현재 전략경제협력 특사단으로 캐나다에 체류 중인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유선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관세협상 후속조치로 추진 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청와대는 "김정관 장관이 캐나다 일정 종료 후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관련 사안을 협의하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미국을 찾아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세 인상은 연방 관보 게재 등 행정 조치가 있어야 발효된다"며 정부가 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는 한편 차분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 지연'을 관세 원복의 근거로 내세운 대목이다. 한미 무역합의 문구상 관세 인하의 조건이 '특별법의 국회 제출(발의)'로 정리돼 있었던 만큼, '통과 지연'을 이유로 관세 인상을 압박하는 것은 억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통상 협상 실무에서는 합의 이행 요건이 무엇인지를 문구로 특정해 분쟁 소지를 줄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 통과'를 사실상 새 잣대로 제시한 것은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협상력을 키우는 정치적 공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11월부터 5건의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안(민주당 4건, 국민의힘 1건)이 발의된 상태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내놓은 메시지의 목적은 우선 특별법의 '처리 속도'를 끌어올려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3500억 달러의 대미투자펀드 조성에 속도를 내라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압박을 해놓으면, 산업계·시장 부담이 커지고 그 압력이 국회 입법 논의의 속도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법안 통과 자체보다도 투자 집행 일정, 투자처 확정 등을 조기에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입법화를 명분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의 각종 제도·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묶어 패키지로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이 그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아온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데이터 이전 규정,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규제 등 디지털·플랫폼 규제와 같은 영역을 한미 무역합의 이행을 가로막는 문제로 띄워 향후 협상의 레버리지로 삼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결국 한국 국회에 대한 '입법 지연' 언급을 통해 무역합의 이행을 앞당기고, 협상 주도권을 다시 쥐려는 압박 전술이라는 해석이다.
이날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국회 비준'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은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떠넘기는 데 열을 올렸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회에는 5개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안이 발의돼 있고, 정상적 프로세스를 밟아가는 중"이라면서 "우선 정부의 대책을 지켜보고 미국 측의 설명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해 11월부터 5건의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안(민주당 4건, 국민의힘 1건)이 발의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 모두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단계에서 논의가 진척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야권에선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사태는 정부가 그토록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한 한미 관세협의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모든 책임은 비준이 필요한 통상 합의를 체결해 놓고 비준 절차를 외면하고 있던 정부·여당에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선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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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관세가 25%로 실제 복귀할 경우 자동차 등 대미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에 직접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SNS 언급만으로 즉시 관세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최종 발효 여부와 적용 시점, 적용 범위가 우선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공식 통보와 세부 설명이 없는 만큼 관련 행정 절차와 미국 측 의중을 확인하면서, 고위급 협의를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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