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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미는 나를 지키는 좀비"…고윤정이 그린 슬픈 '자기방어'[라임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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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 차무희役 고윤정
"행복한 만큼 불안" 트라우마, 망상으로 발현
"가장 감추고 싶은 모습이 차무희 살려"
"도라미는 병 아닌 약" 콤플렉스가 무기로

"도라미는 나를 지키는 좀비"…고윤정이 그린 슬픈 '자기방어'[라임라이트]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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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의 차무희(고윤정)는 자고 일어나니 톱스타가 된 신데렐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가 1000만 명을 돌파하고, 가는 곳마다 환대가 쏟아진다. 그러나 세상이 '대세'라 치켜세울수록, 내면은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고윤정은 "행복과 불안은 공존한다"며 "가진 게 많아지면 그만큼 이 행복이 끝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커지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런 면면은 차무희의 자격지심에서 엿볼 수 있다. 지금의 성공이 자신의 실력이 아닌, 영화 속 좀비 캐릭터 도라미의 인기 덕분이라 여긴다. 중압감을 견디지 못해, 그 영광의 주체를 현실로 불러내기에 이른다. 알고 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도피처이자, 가장 슬픈 생존법인 셈이다. 여기에 촬영장에서 겪은 사고는 결정타가 된다.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 아니다. 그동안 애써 억눌러왔던 유년 시절의 아픔과 감정이 터져 나오는 기폭제이자, 내면 깊이 잠재돼 있던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하는 계기였다.


기묘한 해리 현상은 심리학적으로 '공격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the Aggressor)'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피해자가 감당할 수 없는 공포(가해자)를 마주했을 때, 그것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가해자의 모습을 모방해 스스로 강해지려는 본능이다. 어린 시절 엄마의 살인을 목격한 차무희는 무력한 피해자로 남지 않았다. 오히려 친척 집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보이며 사고를 모른 척했다. 하지만 내면에 축적된 공포는 사라질 리 없다. 결국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의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토록 두려워했던 엄마의 형상을 깨워버린다.


"도라미는 나를 지키는 좀비"…고윤정이 그린 슬픈 '자기방어'[라임라이트]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 스틸 컷

고윤정은 "차무희의 망상인 도라미가 트라우마였던 엄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두려워했던 대상으로 나타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을 지키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도라미가 차무희가 평생 억눌러 온 욕망의 대변자가 되어준다는 사실이다. 차무희는 본래 매사에 망설이고 고민하느라 정작 자신의 속내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인물이다. 상처받지 않으려 늘 말을 빙빙 돌리며 자신을 방어한다. 반면 도라미는 거침이 없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날것의 감정들을 서슴없이 쏟아낸다. 고윤정은 "직설적인 말과 행동으로 차무희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속으로만 생각하고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해 주는 대변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위태로운 자아 분열을 봉합하는 것이 '통역'이다. 주호진(김선호)은 도라미의 난해한 행동을 병적인 증상으로 보지 않는다. 상처받은 내면의 언어로 이해하고 차무희에게 통역해 준다. 고윤정은 "주호진은 언어를 넘어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며 "차무희는 자신조차 해석할 수 없던 자기 마음의 행간을 그가 읽어주었을 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라미는 나를 지키는 좀비"…고윤정이 그린 슬픈 '자기방어'[라임라이트] 넷플릭스 '이 사랑 통역이 되나요' 스틸 컷

차무희는 자신의 가장 밑바닥, 가장 감추고 싶었던 치부까지 이해받고 나서야 비로소 과거의 트라우마를 직면할 용기를 얻는다. 불안이라는 그림자에 숨지 않고,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 세상을 마주한다. 결국 도라미는 차무희를 병들게 하는 '질병'이 아니라, 그녀를 살리기 위해 필연적으로 찾아온 '약'이었다. 열병을 앓아야 면역이 생기듯, 혼란을 통과한 뒤에야 가면을 벗고 숨 쉬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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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장통은 고윤정의 과거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살면서 칭찬받아본 적 없던 낮은 톤의 목소리와 지나친 신중함이 배우로 활동하면서 고유한 장점으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무희가 혐오했던 도라미가 실은 그녀를 지켜준 생명줄이었던 것처럼, 제 콤플렉스 역시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하게 하는 무기가 됐다"며 웃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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