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크림 퇴장 사건으로 본 냄새 갈등
시민 절반 "냄새 때문에 공공장소서 불쾌감"
해외서는 '무향 구역' 확산
국내서도 기준 마련 목소리
최근 한 유명 카페에서 핸드크림을 바른 손님이 "커피 향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퇴장 조치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공장소 내 '냄새 갈등'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는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향수와 화장품, 담배 냄새 등으로 인한 불쾌감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잇따르면서 '후각 에티켓'에 대한 논란에 대해 소개했다.
후각 에티켓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향기'일 수 있는 냄새가, 타인에게는 두통이나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후각적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최근 핸드크림 바른 손님이 유명 카페에서 퇴장 조처를 당한 것과 맞물려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냄새 갈등은 특히 식당·카페처럼 미각과 후각이 예민한 공간, 환기가 어려운 겨울철 대중교통에서 두드러진다. 대학 열람실이나 지하철, 직장 내 사무공간에서도 "향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담배 냄새로 숨이 막힌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향수 뿌리지 마세요" vs "그게 왜 민폐?" 누리꾼 의견 팽팽
시민단체 '환경정의'가 지난해 5월 실시한 설문조사(응답자 1,008명)에 따르면, 응답자의 51%가 대중교통·의료기관·식음료 매장 등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향으로 인해 건강 이상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2명 중 1명꼴이다.
한 누리꾼은 "지하철에서 진한 향수나 담배 냄새를 맡다 못해 중간역에서 내린 적도 있다"며 "비흡연자에겐 사실상 간접흡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또한 "음식을 먹는 공간에서 향수가 지나치게 강하면 식사 자체가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향수를 쓰는 건 개인의 자유"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당 의견에 또 다른 누리꾼은 "싫은 냄새를 피하려면 집에만 있어야 하나", "주관적 불쾌감을 모두 규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맞서며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카페 핸드크림 퇴장 사건'을 두고도 "향도 과하면 공해"라는 반응과 "과도한 예민함"이라는 시각이 엇갈렸다.
이 가운데, 의료계는 냄새 갈등을 단순한 예민함 문제로 치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박정웅 가천의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향수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이나 담배 냄새는 기도를 직접 자극할 수 있다"며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에게는 단시간 노출만으로도 기침·숨 가쁨 등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는 '노 센트 존'…국내도 기준 논의 필요
해외에서는 이미 냄새 문제를 건강·안전과 직결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센트 프리(Scent-free)' 또는 '무향 작업장' 정책을 통해 향수·섬유유연제·세제 등 향 제품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학교와 공공기관에 '무향 구역' 안내를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무향 공간 조성' 캠페인이 진행되는 등 인식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다만 법적 규제보다는 사회적 합의와 자율적 배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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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이미 냄새 문제를 건강·안전과 직결된 사안으로 다루고 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센트 프리(Scent-free)' 또는 '무향 작업장' 정책을 통해 향수·섬유유연제·세제 등 향 제품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학교와 공공기관에 '무향 구역' 안내를 운영 중이다. 픽사베이
서울교통공사 약관에도 '불결 또는 악취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우려가 있는 물건'의 반입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지만, 악취의 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실질적인 제재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명백한 고통"이라며 "공공장소에서는 최소한의 후각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자유인 '향기'가 타인에게는 '공해'가 될 수 있다. 이에 개인의 취향과 공공의 배려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기준을 세울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하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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