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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협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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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인사 영입 의지에 與野 반발
인적 결합 넘어선 통합의 길 필요

[초동시각]협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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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를 두고 정치권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숱한 의혹이 제기된 탓에, 인사청문회에서는 "여기까지 올 줄 몰랐다"는 자조 섞인 반응마저 나왔다. 이전에는 논란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으면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정리하는 것이 통상적인 수순이었다. 이번에는 청와대도, 여당도 버텨보자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 대선 공신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측근도 아니다. 접점을 찾기조차 어려웠던 인사다. 하지만 시간을 조금만 되돌리면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캠프시절부터 꽤 일관되게 보수 인사 영입에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김상욱 의원, 김용남·허은아 전 의원 등 공격적 영입이 이어졌다. 캠프에서는 보수 인사 영입이 마치 '큰 실적' 취급을 받으며 경쟁적으로 영입 노력이 펼쳐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나 홍준표 전 대구시장 영입설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이런 영입 노력은 중도표 한 표를 더 얻기 위한 득표전략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이 후보 등용은 이런 영입이 단순한 선거 전략 이상임을 보여준다.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세우고 나라의 살림을 짜는 기획예산처 첫 수장에 보수 인사를 기용한 것은 보기 좋은 탕평이나 선거공학을 넘어선 대통령 '의지'를 확인시켜 줬다.


다만 일련의 과정에서 확인되듯, 이런 노력은 인정받기 어려운 선택이다. 보수진영에서는 '빈집털이' '사람 한명 빼간 것' 등의 비판이 나왔다. 지지자나 진보진영 역시 달가워하지 않았다. 비상계엄 이후 이 후보자 행적과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은 물론, '건전 재정론자'인 그가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보조를 맞출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거셌다. 더욱이 이 후보자와 관련해 보좌진 폭언, 부정청약 등 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은 협치나 통합과는 무관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일련의 논란 영향으로 이재명 정부의 통합 노력이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인사권자의 진정성이 구인난이든, 양극화된 정치 탓이든, 지지층 반대든 현실의 벽 앞에 주저앉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영입인사 한두 명만으로 통합의지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답은 학창시절 과학 시간에 배웠던 '물리적 결합'과 '화학적 결합'의 차이에서 지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결합은 잡고 있는 손을 놓으면 언제든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결합이다. 분자의 구조는 결합 전과 후 모두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화학적 결합은 분자의 구조가 끊어져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는 결합 방식이다. 현 정부의 진정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물리적 결합을 모색하는 단계에 그쳐서일지 모른다. 추진해야 할 접근법은 인적 구성으로 모색하는 물리적 결합을 넘어, 스스로를 바꿔 갈 '화학적 결합'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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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과 협치 노력이 진심이라면 단순히 인적 결합 이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나 기술 변화, 대외 환경 등은 우리 사회에 거대한 구조 개혁과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난제와 마주해 사회적 대타협을 모색할 수 있도록 상대뿐 아니라 스스로의 구성까지 바꿔낼 수 있을지에 따라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길이 결정된다.




나주석 정치부 차장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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