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상법·노란봉투법 등 대응
기업들 리스크 관리 비용 확대
재판 중 사건 관련법 개정 발의
입법권의 사법권 침해 우려도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상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까지 잇따른 법 제·개정으로 기업 활동의 핵심 위험 요인이 사법 리스크에서 입법 리스크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들은 법 개정 단계부터 대응에 나서기 위해 자문 비용을 늘리고 있다. 재판 중인 사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법 움직임을 두고 사법권 침해와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보다 입법 리스크가 더 크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14일 '상법 개정 이후 강화된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서울 종로구 태평양 본사 3층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150명 규모의 세미나는 참석 신청 시작 30분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이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좌석을 확보하지 못한 20명에 가까운 참석자들은 서서 세미나를 들었다.
노란봉투법과 관련한 상황도 비슷하다. 법무법인 광장이 7일 연 노란봉투법 해석 지침 등에 관한 웨비나에는 기업 법무, 인사·노무 관련 실무자들 7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용자성, 교섭 창구 단일화, 해석 지침 및 시행령 관련 전망 등 쟁점이 되는 사항에 대응하려는 수요가 참석 인원으로 확인됐다.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위반 사업주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사건도 나오면서 기업 관계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정치권발 입법 리스크가 커질수록 기업들은 사법적 방어보다 입법 단계에서의 대응과 자문에 더 큰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며 "입법 리스크를 먼저 관리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로펌 업계 관계자는 "2025년 상법·노란봉투법 등 기업 활동에 직접 영향을 주는 법 개정이 이어진 게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기업 자문 실적에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입을 모았다.
재판 중인데 법 고치나
최근에는 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의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입법권이 사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2025년 12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택시 플랫폼 가맹 사업자가 배회 영업이나 타 호출 앱 운임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의 내용이 현재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사건의 쟁점이라는 것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T 블루 가맹본부인 '케이엠솔루션'이 배회 영업 운임에 수수료를 부과한 행위를 '거래상 지위 남용'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케이엠솔루션 측은 배회 영업 등 경우에도 관제, 수요 지도와 같은 플랫폼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공정위 처분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1월 22일 서울고법에서 변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행정기관의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5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을 전면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당국의 위법성 판단이 법원에서 정반대로 결론 난 사례다. 법조에서는 법률의 해석 및 적용은 법원의 영역이기 때문에 국회의 선제적 규제는 사법 판단의 경계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입법이 '사전적 규범'을 만드는 일이라면 사법은 그 규범이 정당했는지 가리는 '사후적 점검'의 영역"이라며 "사법부의 검증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입법으로 결론을 강제하려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국회가 새로운 법적 기준을 만드는 상황은 입법권의 남용으로 보인다"며 "판단을 기다리는 기업으로서는 방어권 자체가 무력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국회 관계자도 "입법부가 사법부 판단 전에 법을 개정할 경우, 재판에서는 불가피하게 새로 개정된 법이 적용된다"며 "행정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법률이 먼저 개정될 경우 사법적 판단이 상당 부분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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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 김지현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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