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딥페이크 경험자 14.5%
제작·유포 책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응답도
딥페이크를 직접 만들어 본 남자 대학생 10명 가운데 2명가량은 성적 목적이나 타인 괴롭힘을 위해 제작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학가에서 딥페이크가 단순한 장난이나 창작을 넘어 성범죄와 연계될 가능성이 작지 않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학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파악 및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딥페이크 사진 또는 영상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14.5%(218명)였다. 이 중 남학생은 여성에 비해 성적 욕구 충족이나 괴롭힘을 목적으로 제작한 비율이 두드러졌다.
응답자들은 딥페이크를 만든 이유로 과제 활용, 유머 목적의 밈 제작, 창작 활동, 친구 간 장난 등을 주로 꼽았다. 그러나 남성 응답자 중에는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12.2%, '상대방을 괴롭히려'라는 응답이 8.4%로 집계됐다. 이는 여성 응답자의 비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인식 수준에서도 남녀 차이가 컸다. 여학생의 72.1%가 관련 범죄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남학생은 52.9%만이 '잘 안다'고 응답했다. 캠퍼스 내에서 관련 사건이 발생했을 때 느끼는 감정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여학생은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는 응답이 31.4%, '분노와 충격을 받았다'는 응답이 56.3%에 달했지만, 남학생은 각각 9.9%, 36.2%에 그쳤다.
반면 남학생의 42.7%는 사건을 접했을 때 "충격적이긴 했지만 나와 직접 연결되진 않는다"고 답했다. 같은 문항에 대해 여학생은 11.2%만이 해당한다고 답해, 남학생이 사건을 타인의 문제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를 "딥페이크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라는 현실이 성별에 따른 인식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2024년 기준 딥페이크 합성·편집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은 96.6%에 달했다. 이는 피해가 특정 성별에 집중된 상황이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남학생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자신과 무관한 문제'로 치부하거나 개인적 호기심으로 분리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문제는 책임 소재에 대한 인식이다. 딥페이크 성 합성물의 제작·유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서 남학생은 제작자(82.0%)와 처벌 수위(51.6%)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으면서도 피해자의 관리 부실(13.6%)이나 플랫폼의 유통 차단 실패(22.5%)를 책임으로 보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반면 여학생은 피해자 책임(4.9%)과 플랫폼 책임(9.5%)을 지목한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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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일부 남학생 사이에서 피해자의 주의 부족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며 "딥페이크 성범죄를 구조적 젠더 폭력으로 보는 시각보다 개인의 관리 책임으로 돌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태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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