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당국, 시신 인도 대가로 거액 요구"
비용 감당 못한 유족들, 발길 돌린 사례도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숨진 이들의 시신을 유족에게 넘겨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있으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가족들이 시신을 인도받지 못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이란 시위 사망자 유족들이 시신을 인도받는 대가로 거액을 요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이란 북부 도시 라슈트에 거주하는 한 가족은 BBC에 치안 군경이 사망자 시신을 넘기는 대가로 약 5000달러(737만원)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족은 가족 시신이 포우르시나 병원 영안실에 최소 70명의 다른 시위 사망자들과 보관돼 있었다고 전했다.
테헤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한 쿠르드계 계절 노동자의 가족이 시신을 수습하러 갔다가 약 7000달러(1031만원)를 내야 시신을 돌려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가족은 BBC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아들의 시신을 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 건설 노동자의 월수입은 보통 100달러(15만원)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사례에서는 병원 관계자들이 치안 당국이 개입하기 전에 시신을 빨리 찾아가라는 연락을 유족에게 미리 해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에서는 당국이 시신을 몰래 가져가거나 유족 몰래 매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여러 가족이 영안실에 난입해 시신을 직접 가져간 경우도 있다. 한 소식통은 "여러 가족이 영안실 문을 부수고 구급차에서 시신을 끌어내 병원 마당에서 몇 시간 동안 지키며 사설 구급차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란 당국이 시신 인도 대가로, 금전 대신 정치적 협조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BBC에 따르면 일부 사망자 가족은 친정부 선전 활동에 참여하면 시신을 무료로 넘겨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한 희생자 가족은 "친정부 집회에 나가 고인을 '순교자'로 내세우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란 전역에서 인터넷과 통신이 차단돼 현지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인권단체와 외신들의 현장 취재 접근도 차단됐다. 시위는 지난해 12월29일 이란 화폐 가치가 급락한 이후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됐다. 이후 전국 수십 개 도시로 확산하면서 성직자 중심의 통치 체제에 대한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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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시위는 더욱 격화됐고, 당국은 강경 진압에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인권활동가뉴스통신(HRANA)'은 시위 이후 최소 2435명의 시위 참가자가 숨졌고, 어린이 13명과 치안·정부 관계자 153명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최소 1만8470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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