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단체 "사법절차 건너뛰고 강압·고문 자백"
이란 국영방송도 '순교자 많아' 인정
이란의 경제난 항의 시위 사망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많게는 2만명이 사망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지시로 발포 명령이 내려졌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당국이 강도 높은 진압에 나서며 사법절차를 둘러싸고 인권 유린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까지 시위가 17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약 2003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중 1850명은 시위 참가자, 135명은 군과 경찰관 등 정부 측이다.
어린이 9명과 시위대와 무관한 시민 9명 등도 사망했고 1만6700명 이상이 구금돼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노르웨이 기반 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대 734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다쳤다고 추산했다. IHR이 입수한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사망자가 6000명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IHR은 중부 이스파한 지역의 법의학 시설에 등록된 시위 관련 사망자만 1600명에 달한다며 "숨진 이들의 상당수가 30대 미만"이라고 전했다. 일부 희생자는 일반 총탄과 산탄 모두에 맞았다고 한다.
IHR은 이란 국영방송이 체포된 시위 가담자들의 자백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며 "강압과 고문으로 얻어낸 자백을 사법절차 이전에 방송하는 것은 무죄 추정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식 재판에 따른 처형 위험도 심각하다고 한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지난 8~9일 이틀에 걸쳐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만2000명이 죽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사망 사례 대부분이 이란 신정체제를 수호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그에 연계된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 소속 대원들의 총격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대통령실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직접적인 지시로 3부 요인의 승인 아래 발포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표는 외부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이번 시위가 실제로 대규모 사상자를 낳았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한 관리는 시위 사망자가 약 2000명에 이른다며 이를 '테러범들'의 책임으로 돌렸다.
미 CBS 방송은 이란 내부 소식통을 통해 최소 1만2000명, 많게는 2만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이날 이란 국영방송도 무장·테러단체로 인해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는 발언을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란 매체가 이번 시위로 인한 사망자가 다수라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 목격자들은 AP통신에 테헤란 중심부에 대규모 보안 병력이 배치되고 정부 건물이 불탔으며, 거리를 오가는 행인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시위 진압 경찰은 헬멧과 방탄복을 착용한 채 곤봉과 방패, 산탄총, 최루가스 발사기를 들고 있다. 주요 교차로마다 배치돼 경계를 서고 있다. 또 인근에서 총기와 곤봉을 휴대한 바시즈 민병대 대원들과 사복을 입은 보안 요원들이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당국은 스타링크 단말기 단속에 나섰다. 테헤란 북부에서 당국이 위성 접시가 설치된 아파트를 급습해 스타링크 단말기를 찾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란 당국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했고 일부 이란 시민은 스타링크를 통해 외부와 소통해왔다.
폴커 튀르크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이란 사태에 대해 "끔찍한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며 "공정, 평등, 정의에 대한 이란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튀르크 대표의 성명을 전한 제러미 로런스 대변인은 이란 주재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사망자가 수백명 수준이라고 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대이란 추가 제재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프랑스·영국·스페인·네덜란드·핀란드·이탈리아 외무부는 이날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외무부 청사로 불러 폭력 진압을 항의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부 장관은 이날 이란 당국의 반정부 시위대 폭력 진압을 규탄하며 금융, 에너지, 운송, 소프트웨어 및 기타 주요 산업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의 애국자들이여, 계속 시위하라. 여러분의 (정부) 기관들을 점령하라"고 촉구하며 "난 (이란 정부가) 시위대에 대한 무분별한 살해를 멈출 때까지 이란 당국자들과의 모든 회의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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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러시아의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는 이란 내부 정치 과정에 대한 외부의 파괴적 간섭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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