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수사 착수에, 트럼프는 사퇴 압박
월가·공화당도 "금리·시장 불안 키운다"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향해 "무능하거나 부패했다"고 공개 비판하며 자리에서 물러나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미 법무부가 파월 의장을 상대로 형사 수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으로,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 침해 논란에 계속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시지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파월 의장)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거나, 아니면 그것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사람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는 나쁜 Fed 의장을 갖고 있다. 그는 여러 면에서 나쁘지만, 금리를 너무 높게 했다는 점에서 특히 나쁘다"고 직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디트로이트 방문에 앞서 워싱턴 D.C.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법무부 수사가 Fed의 신뢰와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는 수십억달러 규모로 예산을 초과했다"며 파월 의장을 비판했다. 이어 "그래서 그는 무능하거나 부패한 것"이라며 "그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분명히 일을 잘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공세는 워싱턴 D.C. 연방검찰청이 파월 의장을 상대로 Fed 본부 공사 비용과 관련한 의회 위증 혐의 수사에 착수한 이후, 통화정책의 독립성 침해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를 백악관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는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력에 위협받고 있다며 사실상 정면 대응을 선언했고, 전직 재정·통화당국 수장들도 12일 공동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파월 의장의 조기 사임을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의 Fed 의장 임기는 오는 5월 만료되지만, Fed 이사로서의 임기는 2028년 1월까지다.
월가와 공화당 내에서도 Fed의 독립성 훼손이 초래할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이날 취재진에게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은 Fed의 독립성을 믿고 있다"며 "이를 훼손하는 어떤 행위도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압박은 오히려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금리를 더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의 상원 은행위원회 존 케네디 의원은 "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반드시 올라가게 만들고 싶다면 Fed와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충돌하도록 만들면 된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이 전혀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번 수사가 차기 Fed 의장 인준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고 금융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새 Fed 의장이 지명되더라도 파월 의장이 Fed 이사회에 남아 영향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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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방검찰은 파월 의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닌 피로 워싱턴 D.C. 연방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연방검찰청은 비용 초과와 의회 증언 문제와 관련해 Fed에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무시당했다"며 "그로 인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협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기소'라는 표현은 파월의 입에서 먼저 나온 것"이라며 "법 앞에 예외는 없다는 원칙에 따라 그의 전면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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