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잘살면 돼' 상장사 오너
공부 안하는 매니저·심사역
"내 임기엔 안돼요" 공무원
금융범죄에 관대한 사법제도
'착취적 금융(extractive finance)'에서 '생산적 금융(productive finance)'으로.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거대한 머니무브가 현실로 다가왔다. 코스피지수는 5000을 향해가고 있고, 벤처 시장에는 엄청난 자금이 투자 대기 중이다. 산이 높으면 그림자도 길다. 인적·제도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자본시장이, 급격한 팽창 때문에 더 많은 '뒤탈'이 날까 우려스럽다. 자본시장은 활짝 열렸지만, 그 안의 적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상장(IPO)만이 목표로, 상장 이후에 다른 주주는 '나 몰라라'하는 욕심 많은 상장사 오너(최대주주)는 자본시장의 가장 큰 적이다.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이들의 꼼수는 더 늘었다. 3차 상법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도입될 듯하니, 재빨리 우호세력과 교환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부 오너는 오른 주가를 기준으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아서 개인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수많은 소액주주 근심 속에 그들만 웃고 있다.
과거 공모펀드 전성시대 때부터 지적됐던 일부 펀드 매니저(심사역)들의 자질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올해 국민성장펀드, IMA, BDC 도입으로 유동성이 확 늘어날 벤처 시장에서 활동하는 심사역들 가운데 AI·바이오 등 딥테크를 제대로 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특히 벤처캐피털(VC)의 경우 관리할 기업은 많고, 일할 사람은 적은 구조적 문제도 있다. 투자대상을 제대로 골라낼 실력이 없으니, 친한 심사역들이 끼리끼리 모여 자기들이 투자한 기업만 밀어주는 관행도 여전하다. 그들의 잘못된 선택이 수년 뒤 전국민의 피해로 돌아갈지 모른다.
일부 공무원의 지나치게 보수적인 관료주의 때문에 미국과 중국에서 가능한 혁신이 한국에선 불가능한 사례가 점점 늘어난다. 대표적인 게 가상자산이다. 향후 AI를 통해 다양한 소액 구매가 이뤄지는 시대가 오면 가상자산 결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규제위주 정책이 변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코인거래소 의결권 주식을 15%이상 보유하지 못한다는 안까지 나왔다. '타다'의 경우 국내 산업에만 영향이 한정되기 때문에 규제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 분야의 혁신을 막는다면, 시장은 미국·중국 기업이 가져갈 것이다.
끝으로 금융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했던 한국의 사법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코스닥과 정크본드 시장에서 사기꾼들이 활개쳤던 이유엔 '처벌받아도 4~5년 정도 감옥에 있다 나오면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금융범죄를 저지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강력한 처벌을 해야한다. 사실 강도·절도피해는 한두 가구에 그치지만, 금융범죄는 수백·수천가구의 미래를 앗아간다. 오는 3월 최종 확정될 대법원의 증권범죄 양형 기준이 대폭 상향되고, 실제 재판에서 제대로 적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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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사이에 수백조 원의 머니무브가 벌어지고 있다. 아직 자본시장의 적들이 활개치는 그곳에,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돈이 들어왔다. 하반기부터 곳곳에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다. 늦기전에 대응해야한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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