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보험료 낮추고 중증·비중증 구분해 보장 차등화
1·2세대 전환 유도가 핵심…흥행 실패하면 실손 재정 악화 불가피
비급여 관리·선택형 특약·포상강화 등 추가 보완책 줄이어
올해 4월이나 늦어도 상반기 중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치료를 중증·비중증으로 구분해 자기부담금과 보장 범위를 차등화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당국이 도입을 준비 중인 계약 재매입과 선택형 특약 등의 구조에 따라 5세대 실손 흥행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5세대 실손 4월 출시 유력…중증·비중증 구분해 보장 차등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오는 4월 출시를 목표로 5세대 실손보험 최종안을 조율 중이다. 5세대 실손의 기본 뼈대는 지난해 4월 이미 발표됐다. 하지만 1·2세대 가입자의 5세대 전환 활성화를 위한 보상 방법과 보장이 제외되는 비급여 항목 등에 관해 당국과 보험사 간 이견이 있어 출시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5세대 실손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5세대 실손은 4세대와 비교해 보험료가 30~50% 낮아진다. 대신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해 중증은 최대한 기존과 동일하게 보장하되 비중증은 자기부담률을 높이고 보장 범위를 줄였다. 암·뇌혈관·심장질환 같은 중증 비급여는 4세대와 보장이 유사하지만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입원 시 연간 자기부담 한도가 500만원으로 제한돼 4세대보다 혜택이 더 좋다.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자기부담률이 현행 30%에서 50%로 올라가고 연간 보상한도는 기존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아지는 등 혜택이 축소된다. 통원치료는 하루 20만원 한도가 적용되고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를 야기하는 일부 항목은 보장에서 제외된다.
5세대 실손이 나오면 2세대 후기(2013년 4월 이후)와 3·4세대 가입자들은 5세대로 자동 재가입하게 된다. 약관변경(재가입) 조항이 없는 1세대와 초기 2세대 가입자들은 본인 선택에 따라 5세대 전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들 구세대 가입자는 1582만건 규모로 전체 실손 가입자의 44%에 달한다. 이들이 대거 5세대로 전환하지 않으면 실손재정 누수를 잡긴 역부족일 전망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기존 세대 가입 고객에게 보상액을 지급하고 계약 전환을 유도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보험사 실손 적자 눈덩이…올해 실손 7.8% 오른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은 그동안 의료쇼핑과 과잉진료 탓에 매년 1조원이 넘는 적자가 쌓이고 있다. 손해보험협회가 지난해 말 신설한 실손보험 관련 공시를 보면 2024년 기준 국내 손보사 13곳의 실손보험은 1조482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세대가 7308억원 적자로 규모가 가장 컸고 뒤이어 4세대(-3176억원)·1세대(-2196억원)·2세대(-2142억원) 순이었다.
보험사별 1~4세대 실손 적자 규모를 보면 현대해상이 -571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메리츠화재(-3154억원)·DB손해보험(-2071억원)·KB손해보험(-1187억원)·삼성화재(-1073억원) 등도 적자가 수천억 원대에 달했다.
실손보험 계약건수는 2922만건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이 637만건으로 가장 많은 계약을 보유했다. 뒤이어 DB손해보험(495만건)·메리츠화재(429만건)·삼성화재(413만건) 등의 순이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자 올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료를 평균 7.8% 올리기로 했다. 손해율이 가장 높은 4세대는 20%, 3세대는 16%, 2세대는 5%, 1세대는 3% 인상된다. 실손 누적인상률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약 46%를 넘어섰다. 실손 이용 횟수가 극히 적은 가입자는 보험료가 보다 저렴한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5세대 실손만으론 역부족…비급여 통제 등 추가 보완책 필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재정 누수 방지를 위해 5세대 실손보험 외에도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선택형 특약이다. 선택형 특약은 1·2세대 가입자가 필요 없는 보장을 제외하고 보험료를 절감하도록 한 제도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기존 계약은 유지하되 도수치료와 같은 과잉진료 논란이 있는 비급여 항목을 제외해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는 1·2세대 가입자를 끌어오는 걸 전제하는 5세대 실손과 부딪히는 측면이 있어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실손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장치도 올해 한층 강화한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이달 12일부터 오는 3월31일까지 실손보험 사기 근절을 위한 '특별 신고 포상기간'을 운영한다. 포상금은 신고인이 병·의원 관계자일 경우 5000만원, 브로커인 경우 3000만원, 환자 등 병원 이용자인 경우 1000만원이다. 보험사기 정황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고 수사로 이어져 참고인 진술 등에 적극 협조할 경우 지급한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서 운영 중인 '보험범죄 신고 포상금'도 중복으로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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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실손재정 악화가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비급여 관리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과잉진료 우려가 큰 항목을 선별해 관리급여로 지정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만으로 우후죽순 생겨나는 비급여 남용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주선 강남대 법행정세무학부 교수는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대책 마련은 비급여 관리에 있고 실손 손해율 증가는 일부 의료기관과 특정 환자가 연관된 과잉의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직시해야 한다"며 "비급여 가격 통제와 의료기관 관리를 통한 허위 과잉 진료와 오남용 의료 광고 등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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