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으로 관계 회복 본격화
한한령, 서해 구조물 문제, 혐중·혐한 정서 문제 등 민감 현안도 논의
한한령 완화 "점진적·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혐중·혐한 정서, 상호 해소 노력 "근거 없고 불필요한 혐중 조장 없애야"
서해 해양경계획정 문제는 여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서해 구조물 문제, 혐중·혐한 정서 문제 등 산적한 민감 현안을 둘러싸고 우려가 지속됐던 한중 관계가 두 번째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한번 진전을 이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 동안 이어진 중국 국빈 방문 성과와 관련해 "생각보다 더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총평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중 성과를 청와대 참모들과 공유하고, 보다 구체화한 단계적·점진적 해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해 11월 경주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첫 번째 한중 정상회담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민감 현안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점이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반중 발언 등으로 악화했던 양국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할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날 상하이에서 열린 동행기자단과 함께한 깜짝 오찬 간담회에서 '한한령'에 대해 "중국 정부가 한한령은 없다고 말해왔지만 이번에는 표현이 다른 점이 있었다"며 "점진적·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석 자(90㎝) 얼음이 한꺼번에 언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다 녹겠느냐, 과일은 때가 되면 익어서 떨어진다'는 시 주석의 비유 발언을 소개하면서 "(시 주석이) 실무 부서에서 구체적으로 협의를 하라고 말했기 때문에 실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혐중·혐한 정서에 대해서도 상호 해소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양 정상이 공감했다. 홍콩을 제외하고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적자 전환한 것으로 운을 뗀 이 대통령은 "혐중·혐한 정서로 대한민국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근거 없고 불필요한 혐중 조장은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 년에 한 번은 보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시 주석은 "좋은 생각"이라고 화답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한중 양국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열고 양국 정부 부처·기관 간 양해각서(MOU) 14건을 포함해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 기증 증서'에도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은 '한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한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하며 "가까운 이웃으로 도움이 되는 우호적 관계를 경제적 측면에서 만들어가자"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중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한국 정부는 중국 측과 고위급 실무 대화를 '정례화'하고 군사 분야 대화의 격도 높일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은 이번 '상무 협력 대화 MOU'를 통해 장관급 정례 협의체인 상무 협력 대화를 신설해 매년 최소 1회 상호 방문해 개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이 대통령은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 측이 관리시설 등 일부 시설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서해 경계획정 문제는 한중 간 30년 묵은 난제다. 양국이 1996년 유엔(UN) 해양국 협약에 동시 가입한 이래 공식·비공식 협상을 지속적으로 가졌지만 결론짓지 못해 '잠정조치수역(PMZ)'이라는 애매한 공동의 영역을 설정해둔 상태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장은 "설령 중국이 중간선 방법을 수용해도, 여전히 양국이 바라보는 중간선 접근이 다를 수 있고 서로의 셈법도 복잡해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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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번 한중 회담을 계기로 그간 양국 국장급에서 해왔던 해양경계획정 협의를 차관급으로 격상해 개최하자는 공감대를 모은 점은 진전으로 평가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해양법 협약 및 국제판례 등을 통해 정립돼온 해양경계획정 원칙에 근거하여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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