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각역에서 70대 후반의 택시기사가 운전한 차량이 급가속하면서 운전자 제외 14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택시기사에게서 모르핀 성분이 검출됐는데, 경찰은 감기약 등 처방약에서 검출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두고 약물 복용, 고령 운전 등의 설명이 따라붙고 있다. 책임은 흐려지고 사건은 또 하나의 '불가피한 사고'로 포장될 위험에 놓였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 개인의 몸 상태와 조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곧 공공의 안전 문제이고, 타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책임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번 사고 역시 그렇다. 신체적 이상, 약물 복용, 고령이라는 조건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그것이 '이해의 이유'가 될 수 있을지언정, '면책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약물에 의한 판단 저하도, 나이로 인한 인지·반응 속도 저하도 결과적으로는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 "그럴 수 있었다"는 동정 서사가 반복될 때마다 피해자들이 치러야 했던 고통과 그날 거리 위에서 무방비로 노출된 시민들의 공포는 너무 쉽게 지워진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반복해서 개인의 사정, 불가피성, 운의 영역으로 치부해 왔다는 점이다. 약물 운전은 여전히 음주운전만큼 강력한 사회적 낙인을 받지 않는다. 부작용 경고와 주의 문구는 넘쳐나지만, 실제로 이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은 빈약하다. 고령 운전 문제 역시 비슷하다. '생계형 운전' '오래 일해 온 기사' 같은 단어들이 앞세워지는 동안, 정작 도로 위 시민의 안전은 늘 뒤로 밀려났다. 생계를 이유로 위험을 용인하는 사회, 동정을 이유로 책임을 희석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또 다른 피해자가 만들어진다.
이제는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약물 운전에 대한 인식과 제도를 음주운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특정 약물이 집중력·반응 속도·인지 판단을 현저히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단순 경고문구를 넘어서 법적 제한과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약물 복용 사실을 운수 종사자 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일정 기간 운행 제한을 걸 수 있는 체계, 이를 감독할 수 있는 행정 권한이 필요하다.
둘째, 고령 운전자 관리 역시 선의와 자율에 맡겨둘 수준을 넘었다. 단순 면허 갱신이 아니라, 직업 운전자라면 주기적 인지·반응 능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나이를 차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타인의 생명을 맡는 공공 운송 종사자라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책임 조건이다. 통과하지 못한 경우 운행 중단과 직업 전환을 위한 실질적 지원 체계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생계를 이유로 위험을 용인하는 사회는 결국 또 다른 피해자를 생산한다.
셋째, '운전자 개인의 상태'를 관리 가능한 공공 영역으로 끌어내는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약물 복용·건강 이상·과도한 피로가 모두 '개인의 판단'으로만 처리되는 시스템에서는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기적 건강검진의 형식적 통과가 아니라, 실제 운행 가능 여부를 평가하는 제도로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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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서울 한복판에서 분명한 질문을 던졌다. 이제 답을 흐릴 이유는 없다. 동정이 아니라 기준, 이해가 아니라 원칙, 선언이 아니라 제도로 응답해야 한다. 이 질문에 모호하게 답한다면, 또 다른 사고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유병돈 사회부 사건팀장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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