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주세요. 비켜요."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퀄컴 부스 앞. 전시장 소음 사이로 스태프의 외침이 울리자 관람객들이 통로 양옆으로 물러섰다. 인파가 갈라진 중앙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빈모션(vinmotion)'이 걸어 나왔다. 로봇은 상체를 뒤로 기울인 뒤 손을 들어 관람객을 향해 인사했다. 순간 환호가 터졌고 휴대전화와 카메라가 일제히 공중으로 올라갔다. 전시 설명보다 로봇이 등장하는 장면이 먼저 시선을 붙잡았다.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일인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에 있는 퀄컴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빈모션(Vinmotion)'을 지켜보고 있다. 전영주 기자
현장에서는 대형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전혀 다른 크기의 로봇도 시선을 끌었다. CES 2026에서 공개돼 화제가 된 키 38㎝ 초소형 휴머노이드는 중국 스타트업 제로스 로보틱스가 선보인 가정용 로봇이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로봇이 책상 위에서 고개를 돌리고 눈을 맞추자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몸을 숙였다. 카메라와 인공지능을 탑재해 얼굴을 인식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약 복용 시간이나 일정을 알려주는 '인공지능 집사' 역할을 수행한다.
로봇이 만드는 장면들이 전시장 곳곳에서 이어진 가운데, 이날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6가 공식 개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LG전자 전시관 앞 통로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시장 문을 등지고 선 관람객들은 시계를 번갈아 보며 부스가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4분 남았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자 입구 주변에서 함성이 터졌고 인파는 점점 앞으로 밀려들었다. 개막 전부터 인플루언서로 보이는 관람객들이 입구 곳곳에서 촬영을 이어갔고, 정각 문이 열리자 관람객들은 밀물처럼 전시장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확실히 휴머노이드였다. LG전자는 이번 CES 2026에서 홈 로봇 '클로이드'의 데뷔전을 치렀다. 사람처럼 양팔과 다섯 손가락을 갖춘 클로이드는 전시장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관람객을 안내했다. 로봇이 움직이면 주변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고 자리를 비켜섰다. 센서가 사람을 감지하면 클로이드는 즉시 멈췄고 통로가 확보되면 다시 움직였다. 전시장에서는 로봇이 멈추면 사람도 함께 멈추는 장면이 반복됐다.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시선은 제품보다 로봇의 손끝과 동작에 쏠렸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LVCC 인근 윈 호텔에 단독 전시관을 마련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 컴패니언과 가사 분담형 인공지능 가전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기술실증 모델을 공개하며 관절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시연으로 로보틱스 경쟁에 나섰다
CES 2026 참가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를 전면에 내건 가운데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부문장)은 '피지컬 인공지능이 화두인데 삼성은 왜 보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로봇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노 사장은 전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여러 제조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고, 그 안에서 자동화가 최우선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 간 거래와 기업·소비자 간 거래 양쪽으로 진출하려는 목표 아래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 생산 거점을 활용한 산업용 로봇 투입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ES 2026 개막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일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2026.1.7 [공동취재]
휴머노이드 확산에 따른 부품 산업 변화도 CES 현장에서 구체화됐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확대에 맞춰 멕시코 공장을 올해 하반기 가동하고 휴머노이드용 카메라 모듈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개막식 후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서 열린 CES 2026 삼성전자 단독 전시관 부스 투어 뒤 취재진과 만나 삼성전기는 최근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업체에 투자했으며 관련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기는 휴머노이드 확산에 따라 카메라 모듈과 구동계 부품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전시에서도 로봇과 자동화가 중심에 섰다. 중국 기업들의 전시는 특히 규모와 공간 구성에서 눈길을 끌었다. 하이센스는 침실과 주방, 거실 등 실제 주거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전시를 선보였다. 생활 공간 전시와 별도로 공조 설비를 집중 배치해 냉난방과 환기를 하나의 지능형 공조 솔루션으로 묶어 제시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실내 공기 질과 생활 패턴에 따라 자동으로 제어되는 공조 기술을 강조하며 주거용과 상업용 시스템을 함께 소개했다.
TCL 부스는 크기부터 시선을 끌었다. 전시의 무게 중심은 전장 디스플레이에 실렸다. 차량 내부에 적용되는 대형 디스플레이와 계기판 패널,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목업 차량을 전면에 배치해 자동차 공간에서의 화면 활용을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을 축으로 집과 차량을 잇는 전략이 드러났다. 청소 로봇으로 알려진 드리미는 영역을 실외로 넓혔다. 전시장에는 수영장 바닥과 벽면을 청소하는 로봇이 실제로 물속에서 움직이는 시연이 마련됐다. 집 안을 넘어 야외 공간까지 관리하는 로봇이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올해 CES는 '혁신가들의 등장'을 주제로 9일까지 열린다. 이날 개막식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이석희 SK온 대표이사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이 현장을 찾아 주요 전시관을 둘러봤다.
이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삼성전자가 단독 전시관을 꾸린 윈호텔을 찾아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과 만나 130형 마이크로 RGB TV, 인공지능 기반 가전, 로봇청소기 등을 둘러봤다. 로봇청소기의 주행 성능과 흡입력 설명을 듣던 중 동행한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의견을 나눈 뒤 노 부문장에게 "저희랑 한번 콜라보 하시죠"라고 말하며 협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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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정 회장은 퐁텐블루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쇼케이스를 찾아 자율주행 인공지능 플랫폼과 차량용 인공지능 기술을 관람하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프라이빗 미팅을 가졌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인공지능 플랫폼 '알파마요'가 소개되자 정 회장은 관련 질문을 이어갔고 장 부회장은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며 협력 여지를 밝혔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라스베이거스(미국)=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라스베이거스(미국)=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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