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플랫폼' 주도권 선점 포석
주가는 소강상태…합병소식 후 상승분 반납
"합병 과정서 성장 전략 구체화돼야"
지난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거래 중 하나는 단연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 발표였습니다. 특히 '디지털자산 슈퍼 플랫폼'의 탄생 가능성에 관심이 쏠립니다. 네이버는 국내 대표 포털로서의 트래픽과 인공지능(AI) 기술력을, 네이버파이낸셜은 결제·마이데이터 역량을, 두나무는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를 비롯한 인프라를 각각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결합 넘어…지갑·결제·토큰 발행까지 수직 확장
앞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지난해 11월26일 양사의 공식 합병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9월 말 네이버와 두나무 간 M&A 소식이 확산되고 약 2개월 만이었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로 두나무를 편입시킬 예정입니다. 합병 법인의 기업 가치는 약 20조원으로, 기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각각 4조9000억원, 15조1000억원이며, 비율은 약 1대 3.06으로 산정했습니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디지털화폐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선제적 질서 재편'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네이버는 2019년 물적분할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이미 금융사업의 독립 기반을 갖춘 만큼, 업비트의 지갑 기반을 통해 결제·송금·토큰 발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훨씬 수월한 상태입니다.
두나무와 네이버 연합의 청사진은 크게 ▲토큰화 자산 시장 ▲페이먼트(지불) 시장 ▲스테이블코인(안전자산 연동 가상자산)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조태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이 자산 토큰화 시장의 거래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페이먼트 분야는 네이버의 AI 기술과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결제 시장을 열게 될 것"이라며 "팀네이버와 두나무 모두 단순히 '플랫폼' 구조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딜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큰 의지를 갖고 직접 추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스테이블코인 및 블록체인 역량의 대대적인 강화를 통한 새로운 금융 인프라 선점과, 커머스, 콘텐츠 등 네이버 서비스의 전면적인 글로벌화를 노리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자산 토큰화, 美 중심으로 속도전
국제적으로도 이미 모든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토큰화는 각 자산이나 권리 등을 블록체인 상의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조태나 연구원은 "달러, 머니마켓펀드(MMF),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대체자산 순으로 토큰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은 다음 목표로 상장 주식 및 채권의 토큰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CLARITY Act·클래리티법)'이 통과하게 되면 미국은 2~3년 내 주식, 채권의 토큰화가 완료됩니다.
박성제 하나증권 연구원은 "나스닥 상장사 코인베이스글로벌은 미국 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현물·파생상품, 기관투자자 대상 수탁(커스터디), 이자 제공, 자체 블록체인 솔루션(Base)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라며 "엄격한 법정 규제 준수, 스테이블 코인 파트너십, 대형 기관 고객 유치 등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페이먼트 시장 규모는 올해 2조9000억달러에서 2030년 56조60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행동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연결성도 커졌습니다.
가령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 페이팔은 AI챗봇인 퍼플렉시티 등에서 사용자가 대화를 통해 상품을 탐색하고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소비자는 웹사이트 탐색부터 장바구니, 결제에 이르는 긴 흐름 없이, 질문과 대화, 클릭만으로 쇼핑을 마무리 짓는 단순명료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이 모든 과정에 스테이블 코인을 활용될 경우 결제 효율이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인프라 정비에 나섰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화폐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지만, 시스템 리스크와 신뢰 구조 확보가 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특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도입과 규제 수립 여부가 향후 합병법인의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당국·투자자 설득 절차 남아…사업 구조와 수익모델 투명성 확보돼야
다만 실제 투자 시장 반응은 다소 엇갈렸습니다. 합병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코스피시장에서 네이버(NAVER)의 주가가 이틀 만에 22만원 대에서 27만원대까지 수직상승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상태죠.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복 상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아픈 기억이 반영돼 주가 반응은 기대보다 미진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시장의 많은 우려와 기다림에 대한 기회비용의 계산도 그 자체로 매우 합리적인 의견"이라며 "합병 진행 과정에서 성장 전략이 구체화해야 네이버 주주들이 다시금 장기 성장에 대한 긍정적인 회로를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및 관련 규제 설립, 주주총회 특별 결의 등 절차도 남았습니다. 조태나 연구원은 "공정위 승인 과정에서 기존 정부의 금융·가상자산 분리(금가분리) 원칙이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일부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업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등록된 전자금융업자라는 점도 부담이 적게 작용한다"고 짚었습니다.
합병과 관련된 주주총회는 올해 5월22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포괄적 주식교환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김소혜 연구원은 "정부당국 심사 및 주주 이해관계가 협의되면서 최종 딜이 문제없이 진행될 가능성은 높다"며 "딜 클로징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결국 올해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는 '투기'에서 '인프라 확립' 단계로 넘어가는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며,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1~2년간의 전략 실행 과정에서 그 신호의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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