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프 "합법적 법집행"
중·러 "주권 침해·불법 침공"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벌인 군사작전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가 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밀수, 무기 밀매 등의 혐의로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하기 몇 시간 전에 소집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 같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와 중국·러시아가 미군에 의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체포·구금을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마이크 왈츠 주유엔대사는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테러리즘' 혐의로 미 법원에 기소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의 체포·구금이 잔혹한 외국 테러조직 '데 로스 솔레스'(태양의 카르텔)의 수장에 대한 "합법적인 기소를 집행하기 위한 법 집행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4년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부정 논란을 거론하며 "그(마두로)는 불법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수년 동안 (합법적인) 국가 원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이 정상적인 주권국가의 국가수반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이번 작전에 제기되는 국제법 위반 논란을 정당화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제임스 카리우키 주유엔 영국 차석대사는 "마두로의 집권은 사기였다"며 "영국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합법적인 정부로 안전하고 평화적으로 이양되기를 바란다"고 밝혀 미국 입장에 동조했다.
제롬 보나퐁 주유엔 프랑스 대사도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2024년 대선이 "수많은 부정행위로 훼손됐다"며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베네수엘라의 정권 이양을 지지했다. 다만 그는 미국의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푸충 주유엔 중국 대사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주권, 안보, 그리고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짓밟았다"며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패권적인 행위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국가도 세계의 경찰로 행동할 수 없으며, 어떤 국가도 국제 재판관을 자처할 수 없다"며 "(중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모든 국제법적 규범을 위반한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침략 행위를 단호히 규탄한다"며 회의장과 멀지 않은 뉴욕의 법정에 출두한 마두로 부부를 "즉각적으로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당사국인 베네수엘라의 사무엘 몬카다 주유엔 대사는 이번 사태를 "미국 정부에 의한 공화국 대통령 납치"이자 "주권국에 대한 폭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이를 용인할 경우 "법은 선택이고, 무력이 국제관계의 진정한 중재자라는 참담한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중남미 국가들의 반응도 미국 및 베네수엘라와의 외교적 노선에 따라 엇갈렸다. 아르헨티나·칠레·파라과이·트리니다드토바고는 대체로 미국 편에 섰고, 브라질·콜롬비아·멕시코·쿠바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아르헨티나는 "독재자 마두로가 체포되는 결과로 이어진, 미국 대통령과 그 정부가 보여준 결정과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으며, 파라과이는 "테러 조직 지도자의 퇴장은 즉각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폭격과 대통령의 체포는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은 행위"라고 비판했고, 콜롬비아는 "형제국(베네수엘라)이 당면한 위기에 대한 외교적 출구를 위해 선의의 중재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지금 뜨는 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이 안보리 승인이나 베네수엘라의 동의 없이 이뤄졌고, 명확한 자위권 근거도 부족하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정당성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상임이사국 간의 이견으로 인해 공동 대응에는 이르지 못했다. 미국을 비판하는 결의안이 추진될 경우,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