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日 반출 청대 석사자상 中으로
간송미술관 소장 90년 만에 중국으로
이재명 대통령 방중 계기로 기증
1930년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반출돼 간송미술관이 보관해 온 중국 청대(淸代) 석사자상(石獅子像) 한 쌍이 약 90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간다.
간송미술관의 요청으로 기증 실무를 맡아온 국립중앙박물관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청대 석사자상 기증 협약식'에서 중국 국가문물국과 기증에 관한 공식 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함께 자리해 양국 문화 교류의 상징적 장면을 지켜봤다.
이번에 기증되는 석사자상은 고(故) 전형필(1906~1962) 선생이 1933년 일본 경매를 통해 구입한 유물이다. 당시 전형필 선생은 석사자상과 함께 고려·조선시대 석조 유물 여러 점을 한꺼번에 매입했다. 이 석사자상은 1938년 간송미술관의 전시 공간인 보화각이 건립되면서 출입구에 배치돼, 상징적 조형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약 87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전형필 선생은 생전에 "석사자상은 본래 중국의 문화유산인 만큼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옳다"는 뜻을 주변에 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간송미술관은 2016년 수장고 신축을 계기로 기증을 검토했으나, 행정적·외교적 여건이 성숙하지 않아 추진이 중단됐다. 이후 간송미술관은 2026년 탄신 120주년을 맞아 선생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기증을 최종 결정하고, 관련 절차 전반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위임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이 예정되면서 기증 논의에도 속도가 붙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중국 측에 간송미술관의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중국 국가문물국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파견해 현장 감정에 나섰다. 중국 전문가들은 "청대 석조 조각의 특징이 뚜렷한 작품으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모두 높다"며 "베이징이나 화북 지역에서 채석한 대리석을 사용했으며, 조형과 장식 기법으로 미뤄 황족이나 고위 관료의 거처였던 왕부(王府) 입구에 세워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석사자상은 전통적으로 악귀를 막고 번영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궁궐이나 관저, 묘역 입구에 배치돼 왔다. 이러한 상징성은 시진핑 주석이 2014년 프랑스 국빈 방문 당시 "중국이라는 사자는 이미 깨어났지만, 평화롭고 온화한 사자"라고 언급한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협약 체결에 따라 석사자상은 관련 절차를 거쳐 중국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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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기증은 문화유산을 통해 국가와 시대를 잇고자 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일"이라며 "한중 양국 간 문화 협력과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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