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한중 공동이익" 공감
경제협력 '제조업·서비스·콘텐츠'로 확장…15건 MOU 체결
서해 경계획정 위한 차관급 회담 논의
민간 금융네트워크 확대, 한중 통화스와프 확대 논의도
"양국 정상 매년 만남 이어가자는 데 공감대 형성"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정세 안정과 관련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을 확인했다. 또한 민생 중심의 실질 협력을 축으로 한 제조업·소비재·서비스·콘텐츠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양해각서(MOU) 체결하며 '한중 관계 전면 복원' 흐름도 한층 끌어올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인민대회당에 도착해 21발 예포와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식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시 주석 내외가 인민대회당 입구 안쪽에서 이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고, 양국 정상은 환담하며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정상회담은 오후 4시 47분부터 인민대회당에서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긴 약 90분간 진행됐다.
한반도 평화 "한중 공동이익" 공감…대화 재개 여건 모색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베이징 시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실질적 성과를 만들어가는 문제부터 한반도 정세 증진을 위한 현실적 모색까지 다양하게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가 한중의 공동이익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고, 북한의 대화 재개 여건 조성을 위해 창의적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북관계에 대한 의제는 이 대통령이 주로 언급했다고 한다. 위 실장은 "남북관계는 우리가 주로 이야기했고,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며 "상황을 진전시키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겠고, 주변 주요국도 같이 움직여주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 측 반응에 대해선 "그동안의 긴장 완화 노력에 대해 평가하는 입장이었고, 앞으로도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정도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핵추진잠수함·서해 구조물 문제·대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서해 문제와 관련해 위 실장은 "한중 모두가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고,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수역인 만큼 자제와 책임 있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서해 구조물 문제도 건설적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서해 경계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정상회담까지 이어진 일련의 흐름을 보면 진전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양안(중국·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에 대해 추가 논의는 없었고,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기존과 같은 입장을 견지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밝혔으며, 중국의 오랜 입장인 '하나의 중국'과 관련해 존중을 넘어선 추가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의에는 "그 이상으로 논의가 확대되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던 '한한령 완화' 등 문화 교류에 대해 양 정상은 바둑·축구 등 분야부터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한편 드라마·영화에 대해서도 실무협의를 통해 진전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다만 "중국은 여전히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시인하지 않고 있고, 우스개처럼 '한한령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질 필요 없다'는 취지의 대화만 오갔다"며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점치기 어렵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협력 '제조업·서비스·콘텐츠'로 확장…공급망·FTA도 의제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연합뉴스
경제 분야와 관련해 위 실장은 "수평적 호혜 관계를 기초로 민생의 실질 변화를 만들기 위한 협력을 본격 추진할 기반을 조성했다"고 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고, 개별 기업의 협력 수요를 바탕으로 호혜적 공급망 확산 사례를 만들기로 했다"며 "중국은 핵심 광물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통용 허가 제도 등에서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 실장과 함께 브리핑에 나선 김용범 정책실장도 이날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통해 기업 교류가 대폭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실장은 "중국은 우리 수출입 모두 1위 상대국이지만 교역 규모는 2022년 3104억 달러를 정점으로 3000억 달러 아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방중을 계기로 식품·패션·관광·엔터·게임 등 소비재·서비스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기간이 3주도 안 됐는데도 대규모 사절단이 꾸려진 것은 소원했던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비즈니스 포럼 직전 한중 대표 기업들이 참석한 사전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제조업 혁신과 공급망 협력, 소비재 신시장 진출, 서비스·콘텐츠 협력을 새 방향으로 제시한 점도 소개했다. 김 실장은 "이번 포럼에는 양국 금융인들도 참여했고, 민간 금융 네트워크를 통해 통화스와프 등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직후에는 양국 정부 부처 간 14건의 양해각서(MOU)와 1건의 '중국 청대 석사자상 한 쌍 기증 증서'에 대한 서명식이 진행됐다. 위 실장은 기증 증서 서명식과 관련해 "우리 문화재 보호에 힘쓴 간송 정형필 선생이 일본에서 구매했던 중국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이 중국에 기증한 것"이라며 "이번 기증이 한중 우호 정서 증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저녁에는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이 열렸다. 만찬에서 한중 음악이 각 6곡씩 연주됐다고 한다. 우리 음악으로는 한오백년·고향의 봄·도라지 아리랑 등이 연주됐고, 중국 측의 음악으로는 '누가 우리 고향을 좋다고 말하지 않겠어'라는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불렀던 히트곡이 연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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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실장은 이번 회담의 전체 성과를 두고 "정상외교를 통한 국익 외교의 토대를 확고히 했고, 한중 정치적 신뢰와 우호 정서 기반을 공고히 했다"며 "양국 정상이 매년 만남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전략대화 채널 복원과 국방 당국 간 소통·교류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9년 만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제조업뿐 아니라 소비재·서비스·콘텐츠까지 협력 지평을 넓히는 미래지향적 초석을 다졌다"며 "한중 경제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베이징(중국)=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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