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파워 중심 창조경제 전환
'속도·보안·감지역량·확장성' 핵심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산업경제의 침체와 인구감소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하드파워만으로는 노동력 감소와 생산성 정체로 더 이상 지속성장 모델이 어렵다. 해법은 소프트파워 중심의 경제전략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노동이 중심에 서는 하드파워 경제를 상상력이 중심이 되는 소프트파워 중심의 창조경제로 바꾸는 것이다.
혁신의 아이콘, '페이팔 마피아'의 두목인 '피터 틸'이 자신의 저서 '제로투원'에서 강조했듯이 상상(0)이라는 원료를 혁신(1)이라는 제품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 경쟁에서 선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략을 가속하는 페달은 무엇일까. 핵심 조건은 네 가지, 이른바 인공지능(AI) 시대의 4S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Speed(속도)다. 거대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는 본질적으로 스피드 산업이다. 데이터 수집, 학습, 추론, 실행이 느리다면 AI는 경쟁력이 없다. 과거 산업경제에서 규모가 경쟁력이었다면, AI 경제에서는 속도가 곧 생존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일수록 한 번의 판단과 실행이 더욱 빨라야 하며, AI는 인간의 의사결정 속도를 비약적으로 확장하는 도구가 된다. 네트워크, 데이터의 속도뿐만 아니라 생각의 속도가 앞서지 못하면 또다시 빠른 추격자 신세로 추락하게 된다. 상상이 상상으로 그치지 않고 즉시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후츠파 문화'도 가속 페달의 하나다.
둘째는 Security(보안)다. AI는 사이버 공간에서 작동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연결되는 순간,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조건이 된다. 의료, 금융, 행정에서 보안이 무너지면 신뢰 자체가 붕괴한다. AI 시대의 보안은 기술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다. 보안으로 골치 아파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에 보안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셋째는 Sensing(감지 역량)이다. AI가 현실 세계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모든 물리적 현상이 다양한 센서를 통해 초정밀 데이터로 변환돼야 한다. 감지되지 않는 것은 AI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스크린 밖으로 나와 실질적 도움을 주는 '피지컬 AI'의 경쟁력은 초정밀 센싱 기술에 달려 있으며, 이는 제조·의료·도시·환경 전반의 혁신을 리드하게 한다.
넷째는 Scalability(확장성)다. AI 혁신은 근본적으로 세계로 열린 무대에서 공연된다. 기술은 빠르게 전파되고 확장돼야 하며, 제도와 금융 역시 확장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일수록 기술 지배력과 확장성을 통해 국경을 넘어 시장을 넓혀야 한다.
4S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소프트파워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속도는 기술 이전에 문화이고, 보안은 신뢰이며, 센싱은 관찰력과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확장성은 개방성과 협력의 문화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즉, 4S는 하드파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소프트파워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다.
그래서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는 물론, 교육·금융·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에 달려 있다. 교육은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금융은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감수하고 실패를 학습으로 상시 피드백하는 구조여야 한다. 문화는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질문을 장려하는 사회로 전환돼야 한다.
인구감소 시대에도 다시 도약하는 나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상상을 혁신으로 바꾸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산업경제의 관성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4S 기반으로 새로운 모습의 창조경제를 설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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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록(KAIST 겸임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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