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낸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공식 출범했다. 한 부처에 집중돼 있던 권한은 쪼개졌고, 두 조직은 이제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출범 자체보다 더 큰 관심은 새 조직이 원활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재경부 내에서는 "앞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재경부는 2차관·6실장 체제로 출범했다. 정책 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조직은 커졌고, 혁신성장실 등의 조직도 신설됐다. 이번 과장 인사에서 80년대생 과장들이 배치되며 세대교체도 본격화됐다. 다만 조직의 크기와 정책 생산 능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일선 실무자들의 체감은 다르다. 한 과장은 "과와 국이 늘어 겉보기엔 역할이 커진 것처럼 보이지만, 일부 과장들은 인력 부족 속에서 근근이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토로한다. 여러 과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핵심 실무 인력을 충분히 붙이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과를 만들었으니 어떻게든 부총리에 보고할 '대책'을 내놔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적·시간적 여력은 빠듯하다는 말이 나온다.
예산 기능이 빠져나간 점은 재경부의 부담 요소다. 그동안 기획재정부는 예산권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통해 타 부처와의 조율을 해왔다. 이제 재경부는 예산이라는 강제 수단 없이 경제정책을 발굴하고,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경제부총리직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고 기획예산처와 분리된 재경부의 역량 자체를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현장에서 경제정책을 다뤄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유능한 관료들을 숱하게 봐왔다. 걱정스러운 지점은 이들 개인의 역량과 헌신에만 기대는 구조다. 정책을 만드는 일선 실무진의 부담을 덜고,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장치 없이는 '경제정책 총괄 부처'라는 간판이 공허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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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건은 정부 내에서 재경부에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다. 이미 부처가 쪼개진 이상, 청와대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재경부의 판단이 곧 통치권자의 의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부처 간 조정은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과 부총리 간 정례적인 직접 소통 채널을 제도화해, 부총리 판단에 대해 청와대가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예산권을 내려놓은 재경부 앞에는 분명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그 길을 개인의 과로와 희생으로만 버티게 할 수는 없다. 청와대가 부총리의 판단과 조정 역할에 힘을 실어줄 때, 재경부는 '정책 총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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