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족에 헌틀리발전소 재가동
韓, 2040년 석탄발전소 폐지 약속
안전 수급 고려한 활용방안 검토해야
남반구 오세아니아주에 속해 있는 뉴질랜드는 산지와 호수가 많고 연중 강우량이 고르게 분포해 일찌감치 수력발전이 발달했다. 전체 전력에서 수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화산활동이 활발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곳곳에 지열 발전도 지었다. 북섬의 타우포 화산 지대에는 땅속의 열기와 수증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지열발전소를 흔히 볼 수 있다. 지열발전은 뉴질랜드 전체 발전원 중 약 20%를 차지하며 기저발전원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풍부한 수력과 지열 에너지 덕분에 뉴질랜드는 국제적으로 친환경 모범국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2024년 기준 뉴질랜드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85.5%를 차지했다.
그런데 2024년 뉴질랜드에 에너지 위기가 찾아왔다. 5월부터 시작한 건조한 날씨가 7월까지 이어지며 저수지 수위가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수력 발전량도 뚝 떨어졌다. 2024년 3분기 수력 발전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줄었는데 이는 2001년 이후 최저치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 2024년 9월 뉴질랜드는 멈춰 서 있었던 헌틀리 화력발전소를 다시 가동하기로 했다. 헌틀리 발전소는 뉴질랜드 유일의 화력발전소로 가스와 석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헌틀리 발전소 덕분에 뉴질랜드는 에너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해 뉴질랜드의 석탄 발전의 양은 118% 증가했다.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에서 5%로 늘었다.
뉴질랜드는 2017년 출범한 탈석탄연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의 창립 멤버 중 하나다. 2015년 헌틀리발전소를 운영하는 제네시스에너지는 석탄발전소를 2018년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전력 공급이 부족하자 제네시스에너지는 이 시기를 계속 늦추고 있다. 현지에서는 2035년까지 헌틀리 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고 바람이 불지 않는 등 재생에너지의 감소에 대비해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석탄발전소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PPCA에 공식 가입했다. 204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했다. 2025년 12월 기준 우리나라의 석탄발전소는 총 61기가 운영되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8년까지 이중 40기의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기로 했는데 그 속도를 한층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 방침대로라면 나머지 21기도 2040년까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올해 나올 제12차 전기본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31일에는 새 정부 들어 처음으로 태안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
석탄발전소는 값싸게 전기를 공급하며 고도 성장기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반면 온실가스와 유해 물질, 미세먼지 배출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석탄발전 폐쇄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전 세계적 흐름에 우리나라도 동참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석탄발전소를 영구 폐쇄하고 해체하는 것이 과연 능사일지는 곰곰이 되새겨볼 일이다. 최근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에서 보듯이 노후 석탄발전소 철거는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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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모범 국가인 뉴질랜드에서도 석탄발전소를 쉽게 폐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비상사태에서 '최후 안전판'으로서 석탄발전소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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