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인공지능(AI)'에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2022년 11월에 처음 등장한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 챗GPT가 만들어낸 변화다. 정부도 'AI 3대 강국 도약'을 향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AI에 100조원의 투자도 모자라 이제는 AI에 꼭 필요하다는 반도체에도 700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나섰다.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의 투자다.
정부 조직도 AI 중심으로 개편했다. AI 정책을 총괄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으로 승격시켰고, 청와대 직제에도 과학기술수석 대신 AI수석을 신설했다. 교육부에도 AI 인재 양성을 전담하는 'AI인재지원국'을 만들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이 'AI'로 도배가 되고 있다.
대학도 민감하게 움직이고 있다. 학과 이름에 '인공지능'이나 'AI'를 내거는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14개 대학에서는 지난 2년 사이에 AI 관련 학과가 15개에서 22개로 늘었고, 전임교원의 수도 91명에서 203명으로 늘어났다. 심지어 학과·학문의 경계를 완전히 무시하고 무려 38명의 'AI융합형 교수진'을 한꺼번에 영입했다고 자랑하는 대학도 있다. 기업이나 연구소라면 몰라도 학문과 교육의 균형을 강조해야 하는 대학에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어쨌든 언론은 격하게 환영했다.
수험생도 변하고 있다. AI 관련 학과의 지원자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그런 모양이다. AI가 자연·공학계열에서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아니다. 어학(語學)과 AI의 융합을 강조하는 한국외대 Language&AI융합학부의 경쟁률은 53.2대 1까지 치솟았다. 음대·미대에도 AI융합학과가 등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학이 새로운 정책 기조나 산업의 미래 전망에 신경을 쓰는 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무엇이나 차면 넘치는 법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등장한 열풍(熱風)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실제로 창업·생명(바이오)·나노·녹색·창조가 모두 그랬다. 밀실에서 어설프게 급조한 국정 철학·기조·과제의 수명은 더욱 짧았다. AI는 예외일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밖에 없다.
AI에 대한 산업적 수요와 성과가 전 세계적으로 확인됐다는 일부 언론의 요란한 평가는 명백한 과장이다. 챗GPT가 쏘아 올린 생성형 AI 열풍이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AI 회의론·거품론'도 분명히 존재한다. 20여년 전 닷컴 붕괴로 겪었던 혼란과 고통을 잊지 말아야 한다. AI 버블이 꺼지더라도 우리는 살아남아야 한다.
생성형 AI의 화려한 말솜씨가 곧 '지능'이라는 인식은 온전한 착각이다. 실제로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가 분명하게 지적했듯이 오늘날 우리를 유혹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첨단기술 표절기(high-tech plagiarism system)'에 불과한 것이다.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인터넷 문서의 구성에 대한 확률론적 분석에 의존하는 짝퉁 AI의 얄팍한 표절이 인류 문명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투자도 무작정 믿을 것은 아니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원칙은 바둑에서도 언제나 유효한 것이 아니다. 진위(眞僞)와 선악(善惡)을 분별하고, 무한한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무장한 진정한 AI의 개발을 위해 차분하게 노력할 때다.
지금 뜨는 뉴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논단]인공지능 광풍은 경계해야](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10510261578455_1767576374.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