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원자재 최고 랠리
Fed 금리인하 기조·달러약세 전망
내년에도 강세흐름 지속될 듯
글로벌 위기 실물금속에 자금 이동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운 금속 시장…지금은 '귀금속 시대'
2025년 연말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전통적 안전자산과 산업 필수 자원 모두에서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금은 26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2월 인도분 선물 종가가 온스당 4500달러를 넘어선 4505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고, 현물 가격 역시 4520~4530달러대에서 고점을 형성했다. 은도 같은 날 선물 가격이 온스당 76달러를 웃돌았으며, 현물 역시 70달러 중후반대에서 거래돼, 최고가 흐름을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 선물 가격이 원유 1배럴 가격을 추월한 것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전례 없는 일"이라며 "원자재 시장 내부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고 짚었다.
산업금속도 강세다. 같은 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물은 장중 톤당 1만2000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한 뒤 1만20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백금은 현물 기준 온스당 2200달러 중후반, 팔라듐 역시 1800달러 후반대로 올라 3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2025년 말 금속 랠리를 '일시적 과열'이 아니라 실물 자산 선호가 되살아난 결과로 해석한다. 귀금속과 산업 금속이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금, 투자자들은 손에 잡히는 자산을 다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금과 은, 구리를 포함한 핵심 금속 가격이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전통적 안전자산과 산업용 금속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이번 랠리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왜 이렇게 올랐나…안전자산 회귀·산업 수요·공급망 불안 3중 압력
귀금속과 산업 금속의 동반 급등은 단일 요인 때문이 아니다. 거시경제·정치·공급망 충격이 맞물린 결과다. 무엇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와 달러 약세 전망이 금·은과 같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의 매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예금이나 국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줄어들고, 금·은을 보유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변동성이 큰 금융자산 대신 가치 보존 성격이 강한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UBS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금과 은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시장 유동성이 낮아지면서 귀금속 시장의 변동성이 한층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지정학적 긴장 역시 가격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가능성과 중동·남미를 둘러싼 군사·외교적 불안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WSJ은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가장 먼저 금과 은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번 랠리는 단순한 투기적 움직임이라기보다 위기 회피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산업금속의 경우 산업 구조 재편에 따른 실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구리는 전력망, 전기차,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 인프라의 핵심 소재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칠레, 콩고민주공화국 등 주요 산지에서 발생한 사고와 기상 재해가 공급 불안을 키웠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FT는 "AI 확산과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구리 수요를 크게 끌어 올리고 있다"며 "세계 국내총생산(GDP)가 2%만 성장해도 구리 시장은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은 역시 산업 수요 비중이 높다. 태양광 패널과 전기차, 의료기기, 데이터센터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 쓰이며, 에너지 전환과 AI 인프라 확산과 맞물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달 들어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산업 전반에 미칠 부정적 파장을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머스크 CEO는 은 가격 급등이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 촉매의 핵심 소재인 백금과 팔라듐도 공급 제약과 관세 불확실성, 금에서 일부 투자 수요가 이동한 영향이 겹치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차 전면 금지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자동차 촉매용 수요가 다시 부각된 점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백금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7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6년에도 강세 이어질까…금속별로 엇갈린 전망
금속 시장은 2026년에도 지속적인 강세 흐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금속별로 수요 구조와 공급 상황이 달라, 강세가 이어지더라도 상승 폭과 지속성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금 시장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강세 유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6년 금 현물 가격이 온스당 약 4900달러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연말 기준 현재 수준보다 10% 이상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UBS도 2026년 중반까지 금 가격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온스당 4500달러 수준을 중립선으로 제시했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4900달러까지 상단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특히 금의 경우 중앙은행 매입과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2026년 은 가격은 수급 불균형과 산업 수요 확대로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귀금속 기업인 독일의 헤레우스는 2026년 은 가격을 온스당 43~62달러 범위로 전망하며, 은이 금 대비 변동성이 크고 투자와 산업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봤다. UBS,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 등 해외 은행들의 경우 중기 전망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2026년 평균가격이 40~65달러대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구리는 내년에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구리 가격이 t당 약 1만14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 측면의 불안정성과 인프라 투자 확대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내년 구리 가격이 t당 약 1만175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금 시장은 2026년에도 공급 부족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헤레우스는 2026년 백금 가격을 온스당 1300~1800달러 범위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까지 누적된 공급 부족과 함께 자동차 촉매 등 산업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수치다.
팔라듐은 2026년에도 산업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가격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뉴욕의 귀금속상 불리언 익스체인지스는 팔라듐 공급이 당분간 빠듯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 팔라듐 가격을 온스당 1300~1600달러 수준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기차 보급 확대와 주요 생산국 공급 차질이 겹치면 팔라듐 가격은 1800달러대 이상까지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귀금속은 질주…디지털 금 비트코인은 약세
이 같은 귀금속·산업금속 강세와 대비되는 자산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최근 8만7000~9만 달러선에서 거래되며, 10월 고점 대비 약 30% 조정을 받은 상태다.
로이터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가상자산은 '디지털 금'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연말 기준 약세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고 평가했다. WSJ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려왔지만, 인플레이션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국면에서 자금은 다시 실물 금속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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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CNBC 등 일부 외신은 비트코인이 연말을 앞두고 손해 본 자산을 정리하는 매도 국면을 지나, 내년 1월 반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권과 주요 전략가들은 목표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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