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2일 출범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고물가·고환율 이중고가 민생에 부담"
"미래안목 기획·예산 연동 필요"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29일 "우리 경제가 단기적으론 퍼펙트스톰 상태"라며 "불필요한 지출을 찾아내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으로, 보통 경제계에서는 심각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일컫는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다동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자는 "우리 경제, 우리 사회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있다. 고물가와 고환율의 이중고가 민생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경제의 5대 구조적 이슈로 인구위기, 기후위기, 극심한 양극화, 산업과 기술의 대격변, 지방소멸 등을 꼽으며 "이 상황이 갑자기 어느날 불쑥 튀어나와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드는 블랙스완 상황이 아니라, 이미 우리가 모두 알고 있고 오랫동안 많은 경보가 있었음에도 무시하고 방관했을 때 치명적 위협에 빠지게 되는 '회색 코뿔소'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기적 대응을 넘어서 더 멀리, 더 길게 보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되고, 이런 맥락에서 기획처가 태어났다"며 "기획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기획의 컨트롤타워로서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딛는 부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기획과 예산을 연동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 그때그때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안목을 가지고 기획과 예산을 연동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 더 멀리 보는, 미래를 길게 보는 기획처, 기동력 있고 민첩한 기획처, 권한은 나누고 참여는 더 늘리는 기획처, 그리고 그 운영과정을 국민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획처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해선 "다음에 기회를 갖겠다"면서 구체적인 말을 삼갔다. 주류 경제학자 출신으로 재정 건전성을 강조해온 이 후보자가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기획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미래통합당에서 3선 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로써 정부조직 개편으로 내년 1월2일 출범하는 기획처가 수장 없이 출발할 가능성은 해소됐다. 다만 인사청문회와 임명 절차로 인해 출범 초기에는 공석 상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관가에서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예산 통제 핵심 요직에 대통령 최측근이 아닌 야권 인사를 기용한 때문이다. 당초 관료와 여당 인사를 중심으로 임기근 기재부 제2차관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덕현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 등이 후보로 거론돼왔다. 재정의 역할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이 확장재정을 구현해줄 손발인 기획처의 초대 수장으로 진보적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는 하마평이 우세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의 합리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경력을 이번 인선 배경으로 들었다. 대통령실은 "정책과 실무에 능통하다"며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고 불공정 거래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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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자는 20년 이상 보수 정치권에 몸 담아온 주류 경제학자 출신이다. 부산 태생으로 마산제일여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후보자는 전날 지명된 직후 별도 입장문을 내고 "정치적 색깔로 누구든 불이익 주지 않고 적임자는 어느 쪽에서 왔든지 상관없이 기용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방침에 깊이 공감한다"며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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