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향한 과도한 비난과 규제
기업 제재보다 합리적 대안 설계를
쿠팡이 공공의 적이 된 듯싶다. 개인정보 유출, 새벽배송 근로자 사망과 관련하여 대통령까지 경고장을 날리며 국회를 비롯한 모든 관련 기관이 달라붙어 거덜 낼 기세이다. 강한 규제, 영업 정지, 창업자 처벌 등을 내세우며 압박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근로자 사망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쿠팡만이 아니라 대형 통신사나 금융사를 비롯한 규모가 큰 기업에서는 종종 있어 왔던 사건으로 쿠팡이 유독 지목을 받는 느낌이다.
우리나라의 중대재해 사망률은 10만명당 3.9명 수준으로 OECD의 2.6명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서비스업보다 건설, 제조, 유통업 등의 비중이 높은데다 하청이 고착화 되어 있어 안전관리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쿠팡이 새벽배송으로 근로자들의 근무시간이 길고 위험도가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쿠팡의 새벽배송 근로자들은 새벽배송 금지에 9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만약에 새벽배송을 금지해 개인별로 수입이 줄어들면 남는 시간에 제2, 제3의 일거리를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위험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또 야간이나 새벽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쿠팡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과 조사를 통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니 창업자가 미국인 신분이어서, 새벽배송 노동자들이 민노총에서 탈퇴해서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유니콘 기업을 키우겠다고 지난 정부들이 수없이 천명했음에도 쿠팡은 초기에 매년 수천억 원씩 적자를 기록할 때 국내 투자자들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회사이다. 소프트뱅크비전펀드를 비롯해 해외의 대형 투자자들이 수조 원씩 투자해 키워 온 회사이다. 비록 창업자는 미국인 신분이고, 외국 투자자들의 뒷받침으로 유니콘기업 중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선 중요한 혁신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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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쿠팡을 아마존의 아류인 플랫폼 기업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인터넷이나 온라인에 익숙한 우리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온라인 유통에 로켓배송, 새벽배송을 가능케 한 혁신기업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집에 앉아서 그것도 새벽에 배달받다 보니 국가적으로 물류비용이 올라가고 종사자들의 위험도 증가하는 것이다.
미국의 아마존은 배송도 하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픽업하도록 하고 픽업을 좀 더 편하게 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우선 프리미엄 고객이 아니면 배송비를 받는다. 대신 매장 앞에 픽업 데스크를 마련해 놓고 소비자가 직접 픽업하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픽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주차장에 픽업존을 만들어 놓고 소비자가 도착해 체크인 전화를 해 주차장 번호를 알려주면 자동차에 실어 준다.
아무 대책 없이 기업을 제재하고 새벽배송을 중단시키면 해당 기업은 물론 그 일에 종사하는 근로자와 소비자 모두가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범법(犯法)행위는 사법당국에서 가려 처벌하더라도 국가가 한 기업을 비난하고 제재하려만 들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도 물류 과정에 역할을 하도록 소비자 문화를 유도하는 일을 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유니콘기업이 어려워지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도 살피며 대응해야 한다.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말은 하면서 기업활동 하나하나에 분야별로 나서서 기업을 옥죄면 결국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지 알 수가 없다. 제재가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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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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