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미국에 전략 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제련소를 짓기로 했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투자는 단순한 해외 사업 확장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 광물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결정할 전략적 선택이다.
미국 국방부와 함께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총 11조원 규모로, 연간 아연 30만t, 연 20만t, 구리 3만5000t을 포함한 13종의 전략 금속을 생산하는 북미 최상위권 규모의 통합 제련소 건설을 목표로 한다. 전략 광물 공급망 관점에서 이 투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결정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미국의 전략 광물 공급망 재구축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는 기회다. 우리로써는 우방국 특히 미국과의 전략 광물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다. 첨단산업 전 분야에서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는 만큼 안티모니, 갈륨, 게르마늄 등의 희소금속 확보는 국가 생존과 맞닿아 있는 문제다. 미 국방부가 직접 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구조는 민간 기업이 접근할 수 없는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한다.
둘째,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시장에서 선제적 입지를 구축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북미산 배터리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향후 10~15년간 미국 내 비철금속 및 전략 금속 수요는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국 내 정련 능력은 수요의 절반 이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려아연의 테네시 제련소는 이 공급 갭을 메우는 전략적 거점이 되며, GM·포드 등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제조사들, 반도체 제조사를 포함한 전략물자 제조사들에 필수 파트너로 자리 잡게 된다.
셋째, 기술 주도권 확보다. 고려아연은 온산 제련소에서 51년간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연·연·구리 통합 공정을 통해 유가금속 회수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극대화하며, 저품위 정광과 스크랩 등 복합 원료 처리 능력을 갖췄다. 또한 제련 공정 잔재를 청정슬래그로 전환해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업계에서 가장 앞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제련 산업이 탄소중립 압박에 직면한 상황에서, 친환경 고효율 제련 기술의 실증 플랜트를 미국 본토에 구축하는 것은 향후 기술 라이선싱과 글로벌 표준 선점에서 결정적 우위를 제공한다.
재무적 관점에서도 이 투자는 비교적 합리적이다. 전체 약 74억달러(약 11조원) 프로젝트에서 고려아연은 합작법인을 통한 출자와 직접 투자를 합쳐 약 25억달러를 투입하되, 이 중 고려아연이 자체 자금으로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약 6억8000만달러(약 1조원) 수준이다. 미국 국방부의 직접 투자 14억달러와 상무부 보조금 2억1000만달러, 정책금융 약 47억달러가 결합하여 총 투자의 90% 이상을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가 부담함으로써 고려아연의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운영 주도권과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미 국방부의 지분 참여를 통제권 위험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이는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 안정성에 직접 이해관계를 갖게 됨으로써 오히려 사업 리스크를 낮춘다. 장기구매 계약과 결합된 정부 지분 참여는 전략 광물 시장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으로부터 안정적 수익을 보장하는 장치다.
이제 전략 광물 시장은 지정학적 재편기에 진입했다. 중국 중심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는 서방의 움직임, 전기차·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 탄소중립 규제 강화는 모두 구조적 변화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정부와 함께 북미 핵심 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향후 수십 년 사업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 쪽편에 선다는 일부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 중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자원 무기화를 하는 형국에서 정부의 한·미 자원동맹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투자가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가 이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성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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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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