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2024 중증손상 및 다수사상 통계' 발표
생존자 중 중증장애율 31%…청소년 중독·여성 자살 심각
지난해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 10명 중 4~5명은 목숨을 건졌지만, 이들 중 75%는 장애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식물인간이나 중증장애 상태였다.
24일 질병관리청이 분석한 '2024 중증손상 및 다수사상조사 통계' 결과에 따르면, 작년 국내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환자는 총 8170명으로 집계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73.1%로 여성(26.9%)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2.1%로 가장 많았다.
중증외상 환자의 '치명률(사망률)'은 54.7%로, 2016년 60.5%에서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생존자 중 장애가 발생한 비율인 '장애율'은 74.9%에 달해 2016년 62.8%보다 크게 높아지며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활동장애 정도가 식물인간·중증장애인으로 판정된 '중증장애율'이 2022년 23.8%까지 감소세를 보이다 2023년 28.8%, 2024년엔 30.8%로 다시 증가했다.
중증외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운수사고와 추락·미끄러짐이 꼽혔다. 2016년 59.6%에 이르던 운수사고 비중은 2024년 47.8%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추락·미끄러짐 사고는 33.5%에서 44.5%로 계속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생활 환경과 고령 인구 증가 등 사회적 요인이 반영됐다는 게 질병청의 분석이다.
발생 장소 또한 변하고 있다. 도로 및 교통 지역에서의 중증외상 발생은 47.4%로 줄어든 반면, 집·주거시설에서의 발생 비중은 26.5%까지 늘었다. 중증외상 발생 시 손상 부위는 주로 두부(41.6%)와 흉부(33.4%), 하지(13.5%) 순이었다.
중증외상 환자의 권역외상센터 이송 비율은 46.9%로 2016년 15.0%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던 환자가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되는 것은 중증외상에서 권역외상센터의 역할과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외상이 아닌 중독, 화상, 질식 등에 의한 '비외상성 중증손상' 환자는 지난해 1만6715명이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은 중독(70.7%)이었으며, 대다수가 자해 및 자살(65.6%)에 의한 의도적 손상이었다.
특히, 여성 비외상성 손상의 73.4%가 자해·자살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 남성(57.5%)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10대 청소년의 중독 발생률이 2015년 47.4%에서 2024년 76.9%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 오남용 예방 교육 등 중독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응급의료체계 강화로 중증외상 환자의 치명률은 낮아졌으나 증가하는 장애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존 이후의 치료 및 재활과 장애 관리를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청소년 중독과 여성의 자해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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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는 질병청이 중증외상의 발생 규모와 지역별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소방청과 협력해 119구급대로 이송된 중증손상 환자의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생산한 국가 단위 통계다. 통계 상세 자료는 질병청 '국가손상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원시자료는 내년 1월 공개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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