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파리 섬 주민들, 홀심 상대로 소송
스위스 법원, 심리 열기로…원고 "매우 기뻐"
홀심 "법정서 다룰 문제 아냐…탄소 감축 중"
인도네시아 섬 주민들이 세계 최대 시멘트회사 홀심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는 22일(현지시간) AFP통신을 인용해 "스위스 추크 지방법원은 인도네시아 파리 섬 주민 4명이 기후변화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며 홀심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파리 섬은 해발 1.5m 저지대에 위치해 기온 상승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반복적인 침수를 겪고 있다. 기후 활동가들이 파리 섬에서 기후 정의 시위를 하는 모습. 환경단체 지구의 벗
인도네시아 파리 섬 주민들은 지난 2023년 1월 홀심 본사가 있는 스위스 추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홀심이 지난 2019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시멘트 원료 채석과 운송 시설을 가동하면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를 배출했으므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에 일정 부분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홀심이 홍수 방지 대책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신속히 감축할 것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파리 섬은 해발 1.5m 저지대에 위치해 기온 상승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반복적인 침수를 겪고 있다. 이에 홀심을 상대로 이른바 '기후 소송'을 낸 것이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스위스 교회자선기구(HEKS)는 성명을 통해 "스위스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기후 소송을 법원이 수용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원고 중 한 명은 "(법원의 심리 결정이) 매우 기쁘다. 이번 결정으로 싸움을 계속할 힘을 얻었다"고 했다.
반면 홀심은 "'누가 어느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느냐'하는 문제는 민사 법정이 아니라 입법부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법원의 결정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 이후 직접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50% 이상 감축했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심리가 시작돼도 추후 절차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이번 결정은 번복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기후 위기로 인해 주요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국제적 움직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AFP는 "그동안 석유 기업들이 주된 표적이었지만, 기후 활동가들은 이번 소송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시멘트 산업의 책임을 부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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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021년 초대형 태풍 '라이'로 큰 피해를 본 필리핀 비사야 지역의 주민들이 지난 10월 다국적 석유기업인 '셸'을 상대로 "화석 연료 산업이 기후 재앙을 심화시켰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들은 "셸의 지속적인 탄소 배출이 기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태풍의 강도가 배가됐다"며 "이 재앙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이 수반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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