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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기저귀 없애고 바닥엔 온돌"…'존엄케어' 요양병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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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경도요양병원, 냄새·낙상·외상·욕창 없는 4無 실천
이윤환 이사장 "환자 인권보호 위해 간병비 급여화 절실"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니까 욕창이 생겨 열이 심하고 졸도까지 할 지경이었는데, 간호사와 간병인 선생님이 매일 처치를 잘해주신 덕분에 싹 나았죠. 재활도 열심히 받아 이제는 앉을 수도 있고 이렇게 손도 움직일 수 있네요."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경도요양병원에서 만난 이관현씨(63)는 4년 전 자전거 사고로 경추 골절을 입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이곳에 왔다. 아직 휠체어를 타야 하지만, 머잖은 퇴원을 기다리며 희망을 키운다는 이씨다.


[르포]"기저귀 없애고 바닥엔 온돌"…'존엄케어' 요양병원 가보니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군 소재 경도요양병원을 찾아 이윤환 인덕의료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병원 내 간병 상황을 듣고 있다.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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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요양병원은 2006년부터 뇌졸중·뇌경색·파킨슨병·척수마비·치매 환자 등에 대한 전문 재활치료와 요양 치료를 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율이 35%에 달할 만큼 고령화 수준이 매우 높은 예천군에서 환자맞춤형 간병 등 우수한 의료·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손꼽힌다. 414개 병상을 두고 의사 12명과 간호인력 109명, 간병인 6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인근엔 같은 재단이 운영하는 재활병원과 요양원도 있다. 이윤환 인덕의료재단 이사장은 "급성기 재활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적용돼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요양원은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지만 요양병원 간병에 대해선 건강보험 지원이 없어 환자와 가족들에겐 중증환자 간병비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2013년 냄새·낙상·와상·욕창이 없고 기저귀와 억제대를 쓰지 않는 '4무(無) 2탈(脫)'을 선언했다. 이른바 '존엄케어'로 환자 삶의 질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병원 환경 자체를 바꾸자는 시도였다. 우선 거동이 가능한 환자들에겐 가급적 기저귀를 사용하지 않는다. 환자가 입원하면 사흘가량 관찰 기간을 두고 취침, 식사, 재활치료를 받는 시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미리 용변을 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간병인 입장에선 환자에게 기저귀를 채워두는 게 더 편할 수 있지만, 최대한 변기를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요양병원에선 보통 일주일에 한 번 간병인들이 환자 목욕을 시키지만 우리는 요실금이 있거나 용변 후 씻어야 하는 환자들을 간호사가 도와 두 번, 세 번 목욕을 해준다"며 "상주하는 치위생사가 환자들의 구강 관리를 하고, 아무리 추운 날에도 2시간마다 한 번씩 환기를 하기 때문에 병원 전체에 불쾌한 냄새가 없다"고 소개했다.


혼자 걷기 힘든 치매 환자는 온돌 병동에서 안전하게, 스스로 움직이도록 한다. 휠체어를 타야 했던 어르신을 낮은 침대가 있는 온돌방에 모셨더니 처음에는 엉덩이를 끌며 겨우 움직이다 2주 후에는 팔, 다리에 힘이 생기면서 스스로 기어가 화장실을 사용하게 된 사례도 있다. 병동의 한 간호사는 "일반 침대 병상에 비해 온돌은 환자를 계속 따라다니고 허리를 숙여 돌봐드려야 하기 때문에 간병인과 의료진 입장에서는 더 힘들다"며 "하지만 기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겐 큰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르포]"기저귀 없애고 바닥엔 온돌"…'존엄케어' 요양병원 가보니 경도요양병원은 낙상 방지를 위한 '온돌 병동'에 높이가 낮은 침대를 설치하고 환자가 팔과 다리의 잔존능력을 극대화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르포]"기저귀 없애고 바닥엔 온돌"…'존엄케어' 요양병원 가보니 소리를 지르거나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치매환자는 별도의 심신안정실에 격리해 환자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르포]"기저귀 없애고 바닥엔 온돌"…'존엄케어' 요양병원 가보니 무의식중에 호흡기나 콧줄 등을 빼려는 환자는 억제대로 손을 묶어두는 대신 인형을 단 장갑을 끼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크게 소리 지르며 주변 다른 환자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환자를 적응시키기 위해 병원 측은 비용을 들여 투명한 방탄유리 벽을 세운 안정실을 만들었다. 무의식중에 호흡기나 콧줄을 빼려는 환자는 손을 묶는 대신 인형을 단 장갑을 끼워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는 방법은 의료진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곳에서만 18년간 일한 간병인 고희자씨(66)는 "월급은 다른 곳과 비슷하지만 환자 중심 간병을 위해 교육도 많이 받고, 직원들이 서로 돕는 분위기가 있고, 무엇보다 환자를 깨끗하고 냄새나지 않게 돌보니 우리 자신도 보람을 느낀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처럼 환자와 가족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간병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사람의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통상 간병인 한 명이 환자 한 명을 돌볼 때 간병비는 월 380만원, 4인실 사용 시엔 월 90만원 정도가 든다. 이 이사장은 "6인실마다 간병인 한 명을 둘 경우 환자는 병원비 70만원, 간병비 60만원, 기저귓값 10만원 등 한 달에 최소 140만원이 필요한데 이를 꼬박꼬박 낼 수 있는 노인은 그리 많지 않다"며 "비용이 부담돼 열악한 시설로 옮겨갈 경우 밤새 팔다리를 묶어 두고, 기저귀를 갈지 못해 욕창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간병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5년간 6조5000억원을 투입해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시행한다. 현재 간병비는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개인이 100% 지불해야 하지만 이를 3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요양병원 2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의료중심 요양병원 500곳을 선정, 의료필요도 '최고도'·'고도'에 해당하는 중증환자나 치매·파킨스병 등으로 간병인이 꼭 필요한 환자 8만여명의 간병비를 줄여줄 계획이다. 요양병원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 6~8인실을 4인실로 바꿔야 하는데, 간병인 한 명이 이전보다 더 적은 환자를 돌보게 되면 돌봄의 질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간병인들의 처우 개선, 교대근무 보장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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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초고령사회에서 어르신 간병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요양병원 중증환자부터 단계적으로 병간호비 부담을 경감하고,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서비스가 환자 중심으로 제공되도록 양질의 간병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천=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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