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와 협의 대상 두고 세부 조율
가맹사업법 유사하게 따라갈 가능성
'경영상 판단 침해하지 않는 선' 유력
최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중소기업 협동조합 협의요청권 도입을 '공개 압박'하면서 관련 입법 활동이 속도를 내고 있다. 법안의 취지와 도입 필요성에선 관계 당국이 공감대를 이뤘지만,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협의의 내용과 대상을 어디까지로 정할지를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23일 정부 및 국회에 따르면 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2월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둘러싼 막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 협동조합 협의요청권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에 포함된 데다, 최근 중기부 업무보고에서도 '관련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진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처리를 목표로 양 기관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협의요청권의 내용과 대상을 두고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은 '협동조합의 협의 요청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제40조제1항과 제51조제1항1호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문을 신설해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담합 행위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 행위를 금지하면서도, '다른 법령에 정당하다고 명시된 행위에 대해서는 담합으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협의요청권을 정당한 집단행동으로 인정하면서도,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최소한의 선에서 협의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겠다는 의도다.
중기부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가 공정거래법이 명시한 담합 행위에 예외를 두자는 것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 부당한 경쟁 제한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선 안 된다는 정신에 근거해 최소한의 선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협동조합 협의요청권의 대상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공정위와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비슷하게 설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맹사업자단체가 가맹계약 변경 등 거래 조건에 대한 내용을 가맹 본부를 상대로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도, '사업의 통일성이나 본질적인 사항에 반하는 거래조건을 요구하는 행위' '가맹본부의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등은 금지한다고 선을 긋고 있다.
중소기업 협동조합의 협의 대상 역시 특정 가격 및 인상률을 요구하거나 납품처 변경 등 기업의 경영상 판단이나 사업 운영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가맹사업 분야의 불공정 거래 사건을 주로 다뤄온 법률사무소 팔마 이진욱 변호사는 "구체적인 가격이나 인상률이 아닌 가격 결정 구조 등 거래 조건을 협의 대상으로 명확하게 가져가거나, 일방적인 '단가 후려치기'와 같이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으로만 협의 대상을 좁히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협동조합에 포함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발언권은 배제된다는 점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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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중소기업에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한 협의 요청권을 준다면 반대로 기업의 자율성이 심하게 침해될 위험성이 크다"며 "공정거래법의 정신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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