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소다팝 토크콘서트 5차로 종료
18명 모여 '성별 극단적 인식' 등 논의
성평등부, 내년 관련 예산 6.6억원 투입
"청년 세대의 성별 인식 격차가 일부 청년 남성 사이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정치 성향과 상당히 연관돼 있다고 생각한다."(30대 여성 이모씨)
"래디컬(급진적) 페미니즘처럼 극단적으로 남성 혐오를 부추기는 분들도 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지지세를 얻기 위해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20대 남성 이모씨)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 KT&G 상상플래닛에서 성평등가족부의 '제5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 행사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 모인 18명의 2030 청년들은 10월29일부터 약 1개월간 직장, 가정, 일상, 교육, 진로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성별 인식 격차에 대해 논의했다. 마지막으로 종합 토론을 진행한 이날 행사에서도 남성과 여성 참석자 간 성별 인식 격차가 드러났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7일 오후 KT&G 상상플래닛 커넥트홀에서 열린 제5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종합토론 및 26년 청년소통 운영방안'을 주제로 청년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청년들은 이날 '페미니즘'과 '정치 극단화'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30대 여성 이씨가 청년 세대의 성별 인식 격차의 원인으로 남성 청년의 극우화를 언급하자, 20대 남성 이씨는 '래디컬 페미니즘'도 극단의 한 예시로 들며 이를 표로 환산하려는 정치권을 지적했다.
이에 또다른 30대 여성 이모씨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왜 이 사람들이 격한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불법 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의 처벌이 약하다고 언급하며 "이런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될 수밖에 없고, 남성을 혐오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하게끔 만들어지는 사회에서 말을 내뱉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직장에서의 사회적 성 역할 기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30대 남성 조모씨는 "저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프로그램 설계를 통해 행복한 삶을 디자인하는 전문가로서 (직장에) 왔는데, 현장에서는 정작 힘쓰는 일만 저에게 맡기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퇴사한 여성 복지사분 중에는 도배사로 일하는 분도 있다"며 "어떤 일은 남자밖에 못 하고, 어떤 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관점이 사회·보건복지 쪽에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성별로 분리된 관념을 넘어 '인간'으로서 서로를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30대 여성 장모씨는 "이제까지 관념적으로 성별에 국한돼서 (서로) 공감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성차별이 해결이 안 되는 것은 아닌가"라며 "인간 대 인간, 인권의 문제로 학습이 이뤄져야 하고 그런 캠페인도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1~4차 토크콘서트에서도 청년들의 성별 인식격차가 드러났다. 여성에 대한 차별 인식에서는 '젠더 폭력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이 무시되고 있다', '고위직 여성 비율이 너무 낮아 커리어에 한계를 느낀다' 등 의견이 나왔다. 남성의 경우 '군 복무에 따른 희생을 당연시하고 폄훼하는 적대적인 인식과 태도가 확산되고 있어 청년 남성들이 비합리적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 '남성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로 전제한 과거 일부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관점이 제시됐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7일 오후 KT&G 상상플래닛 커넥트홀에서 열린 제5차 성평등 토크콘서트 소다팝에서 '종합토론 및 26년 청년소통 운영방안'을 주제로 청년 참가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제공
성평등부는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내년부터 약 6억6300만원을 투입해 '청년 세대 성별균형 문화확산' 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소다팝과 같은 토크콘서트 형태를 확장해 내년에는 청년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청년 공존·공감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청년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전문가·부처 내부 자문을 거쳐 정책과제를 발굴하는 구조다.
아울러 청년 외 국민들도 성별 불균형과 관련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온라인 국민제안' 제도도 운영한다. 경찰·소방, 간호·돌봄 등 성별 쏠림이 심한 현장에는 부처에서 직접 방문해 사례를 청취하고 정책 제안 의견도 청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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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토크콘서트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우리 사회에 성평등이 이뤄졌다면 우리 성평등부가 이렇게 다 모여 이런 숙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꼭 우리가 가서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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