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세 어린이 5명 HIV 양성 판정
인도에서 아동·청소년들이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은 뒤 잇따라 감염 판정을 받는 사건이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의료진에 대한 징계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NDTV,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 정부는 최근 3∼15세 어린이 5명이 HIV 양성 판정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이들 피해 아동은 모두 마디아프라데시주 사트나 지역 출신으로, 유전 질환인 지중해빈혈을 앓고 있어 생명 유지를 위해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지난 3∼5월 사이 잇따라 HIV 감염 판정을 받으면서 역학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오염된 혈액이 수혈 과정에서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NDTV는 HIV 보유자가 헌혈한 혈액이 사트나의 한 공립병원에서 이들에게 수혈됐다고 전했다.
문제는 감염 사실이 확인되고도 병원 측과 지역 당국이 약 9개월 동안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사실상 침묵해 왔다는 점이다.
주정부는 사건과 관련해 혈액은행 책임 의사와 의료기사 2명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해당 병원을 총괄하는 책임 의사에 대해서도 소명을 요구한 상태다.
피해 아동 가운데 한 소녀의 아버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딸은 이미 지중해빈혈로 고통받고 있었는데 이제 HIV까지 감염됐다"며 "열악한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의료 환경이 이런 비극을 낳았다"고 분노를 표했다.
또 다른 피해자의 아버지도 NDTV에 "딸이 HIV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구토와 극심한 무기력 증세로 계속 아파하고 있다"며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BBC는 인도에서는 혈액 관리 시스템이 미흡해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0월 동부 자르칸드주에서도 8세 미만 지중해빈혈 환아 5명이 HIV 양성 판정을 받아, 해당 공립병원의 의사 2명과 의료기사가 직무 정지된 바 있다. 2011년에는 서부 구자라트주의 한 공립병원에서 정기 수혈을 받던 지중해빈혈 환아 23명이 HIV에 감염되는 대형 사고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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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인도 내 지중해빈혈 환자와 가족들은 혈액 확보부터 검사, 수혈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규제 법안 제정을 인도 의회에 촉구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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