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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관성' 꼬집은 李대통령…'초코파이 사건'·'생리대 가격'·'교통범칙금 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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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권 남용·오용 문제 개선 지시
촉법소년 연령 하향…교통범칙금 차등화 검토
생리대 가격엔 담합 의혹 조사…無관세 경쟁 촉진 방안도 제시
北 노동신문은 왜 못 보나 "국민 수준 폄하하는 것" 강조

이재명 대통령이 법무부·통일부·공정거래위원회·성평등가족부 등 부처 업무보고에서 '1000원 초코파이 사건', '생리대 가격', '북한 노동신문 열람', '촉법소년', '교통범칙금'을 잇달아 꺼내 들며 제도와 시장 곳곳에 깊숙이 뿌리박힌 관성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거대 담론은 물론 민생과 직결된 공권력 행사 기준과 규제·처벌의 형평성까지 재점검해 개선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업무보고의 후속으로 대검찰청의 경미 사건 처리·상소 기준 정비, 공정위의 생리대 가격 실태 점검, 통일부의 북한 자료 접근 개선 방안, 법무부의 촉법소년·범칙금 제도 검토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불합리한 관성' 꼬집은 李대통령…'초코파이 사건'·'생리대 가격'·'교통범칙금 차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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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대검찰청을 향해 "초코파이 1000짜리(사건)는 왜 기소했나"라고 물었다. 초코파이 사건'은 전북 완주군의 한 제조회사 보안 협력업체 직원이 지난해 1월 물류회사 냉장고에서 탁송 기사들의 간식인 초코파이(450원)와 커스터드(600원)를 먹었다가 절도 혐의로 기소돼 같은 해 8월 벌금 5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건이다.


그러나 해당 직원은 절도 혐의가 확정될 경우 경비업법상 결격 사유가 돼 취업이 어려운 탓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절도 혐의를 인정해 올해 4월 벌금 5만 원을 선고했고, 해당 직원은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탁송 기사와 동료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고, 전주지검은 항소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처벌 가치가 없는 경미한 범죄라면 기소하는 대신 이를 처분할 다른 제도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제도 보완을 주문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기소'뿐 아니라 '상소'에도 걸려 있었다. 이 대통령은 "검사들 입장에선 원래 하던 일이니까 상소하는 게 깔끔하긴 한데 당하는 쪽에선 엄청나게 괴로운 일"이라며 "본질적으로는 폭력"이라고 했다. 기계적·관성적 기소와 상소 관행이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만큼, 내부 기준과 책임 구조를 함께 손보라는 주문이다.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초코파이 사건이) 저희에게도 경미한 범죄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도의 공소권을 행사하는 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고 경미한 범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민들이 공소권 남용이나 오용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교통범칙금 차등화…실효성·형평 겨냥
'불합리한 관성' 꼬집은 李대통령…'초코파이 사건'·'생리대 가격'·'교통범칙금 차등' 연합뉴스

제재의 '형평성' 문제도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교통범칙금에 대해 "서민들은 제재 효과가 있지만, 일정한 재력이 되는 사람들은 5만원, 10만원짜리 10장 받은들 아무 상관 없어서 막 위반한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재력에 따른 제재 실효성 격차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제재 효과가 누구한테는 있고 누구한테는 없으니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 아래, 범칙금 차등 부과 등 개선 필요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과 2022년 대선 당시 차등 범칙금제 도입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두고는 "요즘 '나는 촉법소년이니 사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사고를 치고 다니는 영상도 있더라"라고 언급하며 연령 하향 논의를 국무회의 의제로 올려 검토하자고 했다. 정성호 장관이 "국회에 촉법소년 연령을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내리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찬반이 갈리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반면 원민경 장관은 "청소년 보호와 성장의 개념으로 보고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특정 범죄에 한해 하향 필요성을, 성평등가족부는 보호·성장 관점에서 신중론을 펴고 있어 앞으로 사회적 논쟁과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생리대가 39% 더 비싸다"…담합 의혹 조사·경쟁 촉진 카드까지
'불합리한 관성' 꼬집은 李대통령…'초코파이 사건'·'생리대 가격'·'교통범칙금 차등' 연합뉴스

같은 날 공정위 업무보고에서는 생리대 가격도 콕 집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생리대가 평균적으로 엄청 비싸다고 한다"며 조사 여부를 물었고, "독과점이라 그런지, 다른 나라보다 39%나 더 비싸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2023년 5월 여성환경연대가 국내 생리대 462종과 11개국(일본·싱가포르·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미국) 생리대 66종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생리대 가격은 국외보다 평균 39.05% 더 비쌌다는 점을 토대로 질문을 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질문에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조사를 한 해봤다. 살펴보겠다"고 했다.


생리대 가격에 대한 문제의식은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내 기업들이 좀 과한 것 같다"며 "(관련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세제가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취지로 설명을 하자, 이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도 그런 세금이 없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위 조사와 함께 수입품 무관세 경쟁 등 가격을 끌어내릴 수단을 검토해 보자는 제안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생산비 대비 판매가가 과도하게 높다면 해외 수입을 관세없이 허용해서 실질적 경쟁을 시켜보면 어떨까 한다"며 "개인이 직구를 많이 할 정도라면 부당하게 가격이 형성됐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北 노동신문은 왜 못 보나 "국민 수준 폄하하는 것"…통제 중심 구조 탈피
'불합리한 관성' 꼬집은 李대통령…'초코파이 사건'·'생리대 가격'·'교통범칙금 차등' 연합뉴스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선 북한 매체 열람 문제가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국민만 못 보게" 하는 구조를 지적하며, 노동신문 등 북한 사이트 접속 차단이 '선전에 넘어가 빨갱이가 될까 봐'라는 전제에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며 "국민 의식 수준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북 정보 접근을 '통제' 중심에서 벗어나자는 문제 제기로, 이 대통령은 접근을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저러면 안 되겠구나' 생각할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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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동영 장관이 "통일부는 열람을 허용하자는 입장인데 국정원은 국정원법에 근거한 특수자료 지침에 의해 열람을 묶어놨다"고 답변하자, 이 대통령은 재차 "이건 정말 문제다. 원칙대로 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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