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7%
4년여 만에 최저치 기록
셧다운 데이터 누락 신뢰 의문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7%로 4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통계 자료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월가에서 제기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CNN 등이 전했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18일(현지시간)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를 밑돌았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9월(3.0%)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듯 인플레이션은 계속 하락하고 임금은 오르고 있다"며 "미국은 역사적인 경제 호황을 향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물가 문제에 대해 승리를 선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번 CPI 보고서는 놀라울 정도로 좋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호평과 달리 미 정부가 이날 발표한 통계의 신뢰성을 두고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일부 데이터가 누락되면서 11월 보고서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짚었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정부 셧다운으로 약 6주간 데이터 수집이 중단된 이후 발표됐다. 이로 인해 BLS는 10월 물가 지표 발표를 취소했고 설문조사를 통한 실제 관측값 대신 상당수 가격을 추정치로 산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FT는 BLS가 데이터 수집이 불가능했던 일부 기간의 물가 상승률을 사실상 '0'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 항목에서 이런 왜곡이 발생했다면 전체 지표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월 말 설문조사가 재개된 이후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효과가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낮게 집계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이앤 스웡크 KPMG 미국 법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수치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올라야 할 것들이 내려가고, 내려가야 할 것들이 오르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실제 관측한 가격 흐름과 잘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존 힐 바클레이즈 미국 인플레이션 전략 책임자도 "시장은 이 데이터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BLS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무리한 베팅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핸슨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LS가 10월에 수집하지 못한 가격을 고정값으로 유지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수치에 상당한 하방 편향이 존재한다. 이는 곧 향후 정상적으로 가격 수집이 재개되면 (수치가) 되돌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견조한 이번 물가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Fed에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라고 압박하는 명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의장 후임자로도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후보자를 뽑겠다며 엄포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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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올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인하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은 Fed가 1월 FOMC에서 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할 확률이 72.3%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인하 가능성은 27.7%로 점쳐졌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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