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보험 판매액, 지난해 실적 이미 뛰어넘어
달러예금 잔액도 2개월 연속 상승세
"내년 1500원 갈수도"…'고환율 장기화' 인식 큰 영향
시중은행의 달러상품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기반 보험상품은 이미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었고, 달러예금 역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을 오가는 고환율 국면에서도 달러를 사 모으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금융소비자들의 '달러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보험 상품 판매액은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총 1조6942억원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으며, 2022년과 비교하면 약 8배 증가한 규모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이 모두 달러로 이뤄지는 상품으로, 원화로 보험료를 납입하면 자동으로 달러로 환전돼 적립·운용된다.
시중은행에서 방카슈랑스 형태로 판매되는 달러보험은 2022년까지만 해도 판매액이 225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에는 5667억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1조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1조7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예금 잔액 역시 지난 10월 573억달러로 저점을 찍은 뒤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인다. 11월에는 603억달러로 늘었고, 이달에도 16일 기준 607억달러로 증가했다. 원·달러 환율이 10월 이후 11월과 12월로 갈수록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도 달러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원·달러 환율은 10월 평균 1424.83원에서 ▲11월 1460.44원 ▲12월(17일 기준) 1471.75원까지 상승했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차익 실현을 위해 달러 수요가 줄어드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달러상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원화 약세, 즉 고환율 상태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이달 17일 기준 1422.75원으로 역대 최고치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내년 환율 전망 상단을 더 높여 잡고 있다. 1500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더 비싸지기 전에 달러 자산을 사두자'라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올해 최대 실적을 경신한 달러보험의 경우 은행들의 비이자수익 확대 전략과도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총량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 일부 은행들이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달러보험 판매를 크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달러예금의 경우에는 한미 금리 차로 인해 원화 예금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뜨는 뉴스
다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수익을 실현하는 시점에 환율이 하락하면 예상보다 실제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고환율 국면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꾸는 환전 비용 역시 부담이다. 특히 달러보험은 10년 안팎의 장기 보유 상품으로, 단기 환테크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환율이 오를수록 보험료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입 전 환전 비용과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률을 충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