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웨스트윙에 걸린 역대 대통령 사진들
동판 새로 설치…트럼프가 직접 평가 적어
"바이든 부정 선거", "오바마 분열 초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걸린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 밑에 몇몇 전임자들을 조롱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설명을 달아 '뒤끝 논란'이 불거졌다. 연합뉴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 등을 인용해 "백악관 업무동인 웨스트윙 현관에 조성된 '대통령 명예의 길'에 걸린 역대 대통령 사진들 밑에 인물평과 업적을 소개하는 동판이 새로 설치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동판들에 적힌 글 중 상당수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는 민주당 소속 전임자뿐만 아니라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은 공화당 전직 대통령까지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글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초상 대신 '오토펜(자동 서명기)' 사진이 걸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슬리피(졸린) 조'는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미국에서 가장 심한 부정 선거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은) 심각한 정신적 감퇴를 겪었고 전례 없이 오토펜을 많이 사용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업무동인 웨스트윙 현관에 조성된 '대통령 명예의 길'에 걸린 역대 대통령 사진들 밑에 인물평과 업적을 소개하는 동판이 새로 설치됐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초상 대신 '오토펜' 사진이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인사들이 대통령의 승인 없이 오토펜을 썼다고 주장해왔다. 다른 대통령도 종종 오토펜을 사용해왔지만, 83세인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기간 너무 고령인데다 인지력이 약화해 주변 인사들이 오토펜을 이용해 정책 결정을 좌지우지했다는 음모론을 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오토펜으로 결재한 모든 공식 문서가 무효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대상에는 대통령 사면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는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모든 문서, 포고문, 행정명령, 각서나 계약은 이제 무효이며 아무런 효력이 없다"며 "누구든 그렇게 (오토펜으로) 서명된 사면이나 감형 또는 어떤 다른 법적 문서를 받았다면 그 문서는 완전히 전적으로 폐지됐고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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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사진 밑 동판에는 "버락 후세인 오바마는 첫 번째 흑인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분열을 초래한 정치적 인물"이라고 썼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내 힐러리가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자신에게) 패했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공화당 소속이지만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설명하는 동판에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2개의 전쟁을 시작했으나 둘 다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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