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 13시간 마라톤 청문회 '맹탕'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사과·해명 등 없어
국내외 임원 김 의장 방패막이 주력
정치권·소비자 질타…법적 제제 수위도↑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직접나서야
"김범석 증인이 나서지 않으면 결국 이 조직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의 이 발언은 13시간 넘게 이어진 쿠팡 침해사고 관련 마라톤 청문회가 내린 결론을 함축한다. 최 위원장은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겨냥해 "증인은 국회의 진을 빼고 소모적으로 운영하게 하려고 박대준 전 대표를 자르고,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 대표를 내세워 국회와 대한민국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의장은 쿠팡Inc를 통해 쿠팡에 대한 의결권 70% 이상을 보유한 실질적 오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3370만건에 달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뒤 20일이 지나도록 이에 대한 사과나 해명 등 어떠한 메시지도 내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에도 "전 세계 170여개 국가에서 영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이 있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빠져나갔다. 그러나 청문회에 대타로 나선 내·외국인 임원들은 정작 김 의장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건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김 의장을 방어하는 데만 급급했다.
한국 법인 수장으로 부임한 지 고작 일주일 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는 "제가 한국 법인 대표이자 책임자로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돌렸고, 조용우 쿠팡 국회·정부 담당 부사장과 민병기 대외협력 총괄 부사장 등 내국인 임원들도 "개인적인 생각은 있지만 회사 임원으로서 판단이나 의견을 말하기는 조심스럽다"고 회피했다. 김 의장을 향한 질타와 책임 추궁을 피해 가기 위해 잘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모습에 "마피아 집단"이라는 힐난도 뒤따랐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테크 컴퍼니(기술 기업)를 자부해온 쿠팡의 부실한 보안관리 체계와 김 의장을 성역처럼 받드는 조직 문화를 드러냈다. 스스로를 글로벌 CEO라고 부각하면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실제 한국 법인 대표가 쿠팡Inc 이사회를 통해 김 의장에게 현황을 수시로 보고 하고, 로저스 대표와 강한승 전 대표 등이 체결한 계약서에서도 '(한국 법인)임원은 회사와 모회사가 지정하고 CEO(김 의장)의 지시에 따라 직무와 책임을 수행한다'고 명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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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쿠팡 구성원과 소비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사태 해결의 출발점은 김 의장의 사과와 책임 있는 자세다. 과징금뿐 아니라 영업정지와 국정조사 등 쿠팡을 향해 거론되는 법적 제재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그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쿠팡 매출의 90%를 책임지는 한국 소비자들이 '호구'냐는 분노가 들끓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려면 김 의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행동으로 직접 답해야 한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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