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거래 매출 29.3%·OTT 이용률 89.3%
2025년은 '변화의 가속' 시기
올해 K콘텐츠 산업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률은 20%를 넘어섰다. 흥행작의 등장을 넘어, 콘텐츠 제작 방식과 산업 구조 전반이 변곡점을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NEXT K 2026' 행사에서 '2025년 콘텐츠산업 결산'을 발표하며 "생성형 AI가 일부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제작 공정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정 장르나 작품의 성과를 넘어, 기획·제작·후반 공정에 이르는 산업의 작동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I 활용률은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송진 콘진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올해 상반기 기준 콘텐츠 산업 사업체의 생성형 AI 활용률이 20.0%로 집계됐다"며 "혁신 확산 이론에서 15~20%는 산업 전환이 가속되는 '티핑 포인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분야별 변화도 뚜렷했다. 방송·영상 분야의 AI 활용률은 지난해 4%에서 올해 30.8%로 급증했다. 게임 분야에서는 종사자의 72%가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직무별로는 작가의 61.7%, 기획 인력의 44.1%가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 센터장은 "AI가 제작 보조를 넘어 아이디어 구상과 기획 단계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 현장의 인식은 자연스레 달라졌다. 이제는 업계에서 "AI를 쓰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디까지 맡길 것인지가 논의의 중심"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적인 작업을 AI에 맡기면서, 창작자의 판단력과 기획 역량이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생성형 AI가 선택지가 아니라, 활용 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전제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지식재산(IP) 활용 전략 역시 한층 체계화됐다.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에서 IP 거래 비중은 29.3%로, 3분의 1에 육박했다. 송 센터장은 "시즌제와 스핀오프 운영을 통해 제작 공백을 최소화하는 짧은 제작 주기가 두드러졌다"며 "팬덤의 관심을 지속해서 유지하는 동시에 제작 리스크를 낮추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오징어 게임' 시즌3 등 흥행작의 후속 시즌이 잇따라 공개됐다. 신작 공개를 계기로 이전 시즌의 재시청과 연속 시청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IP가 단발 흥행이 아닌 반복 소비를 전제로 설계되는 흐름이 분명해졌다.
소비 환경도 플랫폼 중심으로 굳어졌다. 2025년 콘텐츠 이용 행태 조사에서 OTT 이용률은 89.3%로 가장 높았고, 음악 이용률은 81.9%로 뒤를 이었다. 유료 OTT 이용자 가운데 넷플릭스 이용률은 87.8%에 달했다. 유료 OTT 이용률은 54.2%였으며, 광고 기반 무료 OTT와 광고 요금제 이용도 함께 늘었다. 콘텐츠 선택을 넘어 접근 방식과 요금 구조 자체가 소비 경험을 좌우하는 환경이 형성됐다.
그 사이 콘텐츠가 주목받는 방식은 이중화됐다. 송 센터장은 "AI가 선택한 콘텐츠는 조회 수·점유율 등 데이터 지표에서 단기 화제성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며 "인간의 선택은 몰입감과 작품성, 혁신성 같은 정성적 평가를 통해 시간을 두고 축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는 데이터를 통해 2025년을 기록하고,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2025년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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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해는 K콘텐츠 산업의 변화가 한꺼번에 가시화된 시기다. 제작 방식과 IP 전략, 소비 환경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산업이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성과보다 구조가 먼저 바뀐 해였다는 점에서, 2025년은 이후 흐름을 가늠하게 하는 기준점으로 남는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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