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생중계된 대통령 업무보고가 연일 화재다. 평소 들어보지 못한 공공기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공무원이 제대로 업무를 하는지 국민들이 두 눈으로 관전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다. 반대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아야 하는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은 어쩌면 국가적 손실이다. '책갈피 달러'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호되게 질책한 장면은 국민적 관심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쟁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내용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공방'만 남았다. 외국환관리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외화 밀반출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 대신, 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진짜 책을 검색할지 여부로 논점이 흐려졌다.
공항공사 사장이 직접 출입국자의 책 검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확인해준 것으로, 보안검색의 허점만 드러낸 꼴이다. 당장 오늘이라도 공항 검색대에서 책을 모두 검색하지 않으면, 관세 당국이나 공항 검색 체계에 대한 불신만 사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온라인이나 여행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책 속에 외화를 숨겨서 가져가도 되냐는 질문까지 올라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책 속에 외화를 넣어 밀반출하는 수법은 '없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번 근로소득 1억3000만원 상당의 엔화를 책 사이에 숨겨 입국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공항 보안검색 직원들도 두 손 놓고 있진 않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인천공항이 적발해 세관에 인계한 외화 불법 반출 규모는 무려 360억원에 달한다.
허나 여행객이 늘면서 보안검색 업무는 사실상 포화상태다. 올해 인천공항을 이용한 사람은 7400만명으로 예상되는데, 하루 평균 20만명 수준이다. 실무적으로 이들을 모두 검색할 경우에 시간당 8447명, 1분에 140명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책갈피 달러'를 잡자고 책을 범죄 도구 취급하게 되면 그 혼란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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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항과 세관 당국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여객 편의 제공과 철저한 검문·검색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현행법상 1만달러 이상 해외로 반출 시 반드시 세관에 신고해야 하며, 적발될 경우 과태료를 물거나 처벌받을 수 있으니 애당초 꿈도 꾸지 마시길.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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