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反트럼프 감독 피살' 비꼬아
우파 활동가' 커크 피살 때와 대조 지적
공화당 내부에서도 무례·부적절 비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할리우드 유명 영화감독 롭 라이너 부부의 피살 사건 직후 이들의 죽음이 자업자득이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라이너 부부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이는 "라이너가 다른 사람들에게 유발한 분노로 인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 원인은 "'트럼프 발작 증후군'(TRUMP DERANGEMENT SYNDROME), 일명 TDS로 알려진 이성을 마비시키는 질병에 따른 그의 거대하고 고집스러우며 치료 불가능한 집착"이었다고 비꼬았다.
라이너 감독은 전날 오후 로스앤젤레스(LA)의 자택에서 아내 미셸 싱어 라이너와 함께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한때 마약 중독자로 알려졌던 이 부부의 아들 닉(32)을 살해 용의자로 체포해 수사 중이다. 라이너 감독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미저리', '어 퓨 굿 맨' 등 수많은 걸작을 연출했으며, 잘 알려진 민주당 지지자였다.
라이너 감독이 생전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다는 점을 겨냥한 트럼프의 이번 발언을 두고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9월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가 암살당한 이후 민주당과 좌파가 커크의 죽음을 패륜적으로 조롱하고 있다고 비난해온 트럼프 지지자들의 입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우파 논객 잭 퍼소빅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글을 올리기 불과 몇 시간 전 "롭 라이너와 그의 아내가 당한 끔찍한 살인사건을 축하하는 우파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며 우파가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했다가 머쓱한 입장이 됐다. 미국 CNN 방송은 "갑자기 입장이 뒤바뀌었다"며, 게다가 비극적 죽음에 대해 조롱 발언을 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었다고 짚었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례적으로 "부적절하고 무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토머스 메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라이너에 대한 감정이 어땠던가와 무관하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람에 대한 이런 발언은 부적절하고 무례하다"며 "공화당 동료 의원들과 부통령, 백악관 직원들은 무서워서 그냥 무시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돈 베이컨 공화당 하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은 술집 취객에게서나 들을 만한 것이지 미국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였으나 최근 관계가 악화한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도 라이너 부부의 죽음에 대해 "가족의 비극이며, 정치나 정적에 관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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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화당 내에서는 이번 비판이 당내 주류 의견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추종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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