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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베가 시실리아, 땅 위에 시간을 쌓는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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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살로 이투리아가 데 후안,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 테크니컬 디렉터

1864년 설립 스페인 대표 와이너리
"개인의 손끝보다 땅과 시간을 앞세운다"
'우니코', 스페인 템프라니요의 정수

"베가 시실리아를 100년 전에 누가 양조했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습니다."


곤살로 이투리아가 데 후안(Gonzalo Iturriaga de Juan)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Tempos Vega Sicilia) 테크니컬 디렉터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와인은 개인의 손끝이나 특정 시대의 미감으로 규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베가 시실리아가 일관되게 지켜온 것은 사람보다 오래 남는 것들, 다시 말해 땅과 시간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베가 시실리아, 땅 위에 시간을 쌓는 와인" 곤살로 이투리아가 데 후안(Gonzalo Iturriaga de Juan)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Tempos Vega Sicilia) 테크니컬 디렉터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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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스 베가 시실리아, 시간을 전제로 움직이는 와인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는 1864년 설립된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베가 시실리아(Vega Sicilia)'를 중심으로 '알리온(Alion)', 리오하의 '마칸(Macan)', 토로의 '핀티아(Pintia)', 헝가리 토카이의 '오레무스(Oremus)'를 아우르는 프리미엄 와인 그룹이다.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의 와인들을 관통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각 지역이 가진 잠재력을 오랜 시간에 걸쳐 최대한 끌어내 완성한다는 것이다.


농업공학을 전공한 이투리아가 디렉터는 리오하의 유명 와이너리 '마르케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에서의 인턴십을 계기로 와인 업계에 들어섰다. 이후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양조학 석사 과정을 마쳤고, 리베라 델 두에로의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실질적인 양조 경험을 쌓았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프랑스 농업기술 기업에서 6년간 세일즈 매니저로 근무하며 생산과 시장을 동시에 이해하는 이력을 쌓았다.


이후 2015년부터 현재까지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의 와인 양조를 총괄하고 있다. 베가 시실리아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장기적인 선택이 필요한 자리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맡길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도 자신을 혁신가보다는 관리자에 가까운 인물로 설명했다. 전통을 바꾸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전통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선택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인터뷰]"베가 시실리아, 땅 위에 시간을 쌓는 와인"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의 '베가 시실리아' 포도밭 전경.[사진=템포스 베가 시실리아]
마칸, 땅을 이해하는 데 걸린 시간

베가 시실리아 합류 초반 이투리아가 디렉터에게 가장 강렬했던 경험은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1950~1970년대 빈티지 버티컬 테이스팅이었다. 50년 이상 숙성된 베가 시실리아 와인들이 여전히 구조와 긴장감을 유지하는 모습은 이 와이너리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 와인들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며 "중요한 건 시간이 지나도 와인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고 되새겼다.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가 시간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마칸' 프로젝트다. 마칸은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가 2004년 리오하(Rioja) 지역에 새로 문을 연 와이너리다. 마칸은 템포스 베가 시실리아에 풀리지 않는 과제를 안겨줬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어딘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내부의 평가였다.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리오하라는 지역의 성격이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진단이었다.


[인터뷰]"베가 시실리아, 땅 위에 시간을 쌓는 와인" 스페인 리오하의 '마칸' 와이너리 전경.[사진=템포스 베가 시실리아]

이투리아가 디렉터는 이 과정을 "실패가 아니라, 이해의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축적한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리오하의 토양과 기후, 템프라니요의 반응을 다시 해석해야 했다"며 "수확 시점과 오크 사용, 숙성 용기의 선택까지 매 빈티지마다 작은 조정이 이어졌고, 그 변화는 한 해에 한 번뿐인 수확과 양조를 통해서만 검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1 빈티지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처음에 그리고 있던 마칸의 모습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 시점에서 마칸은 더 이상 '베가 시실리아가 리오하에서 만든 와인'이 아니라 '리오하의 언어로 말하는 베가 시실리아'가 됐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2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된 이유는 단순히 와인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서가 아니라 지역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인간·시간, 분리될 수 없는 3요소

이투리아가 디렉터는 와인의 본질에 있어 시간과 자연, 인간은 분리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포도밭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라며 "좋은 땅이 없다면 시작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땅이 있더라도 인간의 선택이 없다면 방향을 잃기 마련이고, 시간이 없다면 와인은 끝내 완성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와인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절대화할 수 없고, 그들 사이의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위대한 와인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베가 시실리아에서 와인메이킹은 감각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전제로 한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수확 시점, 추출 강도, 숙성 방식까지 수많은 선택이 필요하지만 그 선택은 즉각적인 결과보다 수십 년 뒤의 균형을 기준으로 내려진다. 그래서 이곳의 와인은 빠르게 설명되지 않고,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고민의 시간의 끝에 닿아있는 와인이 바로 '우니코(Unico)'다. 우니코는 스페인 대표 적포도 품종인 '템프라니요(Tempranillo)'로 만들어진 와인으로, 이투리아가 디렉터는 이 품종을 "시간을 가장 잘 받아들이는 포도"라고 정의했다. 재배지에 따라 전혀 다른 구조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긴 숙성 잠재력을 지닌다는 점에서다. 그는 "우니코는 템프라니요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의 정점에 있는 와인"이라며 "구조적으로 보르도를 닮았고, 시간이 흐르면 부르고뉴의 텍스처를 닮아가는 와인"이라고 표현했다.


[인터뷰]"베가 시실리아, 땅 위에 시간을 쌓는 와인" 베가 시실리아의 대표 와인 '우니코(Unico)'[사진=템포스 베가 시실리아]
"변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꾸다"

기후 변화는 베가 시실리아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는 전통적인 오크 배럴의 풍미를 과도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 탱크, 대형 오크통인 푸드르(Foudre) 등 오크의 개입을 줄이는 숙성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품종 구성에서도 미세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와인에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과 가르나차(Garnacha), 그라시아노(Graciano) 등이 보조 품종으로 5% 미만으로 포함된다. 이는 스타일을 바꾸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변화한 환경에서도 기존의 시간 축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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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리아가 디렉터는 "우리는 베가 시실리아가 시간이 지나도 베가 시실리아로 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조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고 정리했다. 베가 시실리아의 와인은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유가 분명해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인터뷰]"베가 시실리아, 땅 위에 시간을 쌓는 와인"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베가 시실리아'의 대형 발효조.[사진=템포스 베가 시실리아]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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