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여부 여론조사 결정에 우려…"전문성 배제는 국가 에너지 정책 신뢰 훼손"
전력수급계획 수립은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려는 시도와 검증되지 않은 특정 관점의 인사들이 정책 수립을 주도하는 흐름에 대해 "국가 에너지 정책의 신뢰성을 근본부터 훼손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국내 최대 원자력 전문 학술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는 정부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발표한 입장문에서 "에너지정책은 국민 삶과 국가 경제,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백년대계"라며 "정치적 유불리나 여론몰이가 아닌 과학적 사실과 전문성,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미 여야 합의와 적법한 절차를 거쳐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정당한 사유 없이 번복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장기간의 기술 검증과 계통 분석, 경제성 평가를 전제로 하는 전력수급계획이 단기 여론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어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와 에너지 여건을 직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국가이자, 국토가 좁고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며 전력망이 고립된 '에너지 섬'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정책은 막연한 당위성과 구호가 아니라 에너지원별 공급 특성, 경제성, 전력 계통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과학적 모델링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안정적인 기저 전원인 원자력과 탄소중립과 글로벌 무역 환경 대응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는 서로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필수 파트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회는 "에너지 백년대계는 여론몰이가 아니라 검증된 전문성에 의해 설계돼야 한다"며 "원자력, 재생에너지, 화력, 전력계통, 에너지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투명한 정책 거버넌스를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접속 지연과 출력 제어, 원전 계속운전과 신규 건설의 시급성 등을 고려할 때, 무탄소 전원의 공존을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양수발전 등 유연성 자원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비중의 조화로운 상향 조정 △제11차 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의 일관성 있는 추진 △전문가 중심 정책 수립 체계 보장 △전력망 및 유연성 자원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 제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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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는 "정치적 셈법을 걷어내고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동반 성장'이라는 대원칙 아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며 "과학으로 돌아가는 에너지정책만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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