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도어, 올해의 단어로 '피로' 선정
직장인 78% "뉴스 사건, 에너지 고갈"
정치·경제·AI 격변…"신경 곤두선 상태"
글로벌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피로'(fatigue)를 선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글래스도어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블로그 게시물에서 올해 글래스도어 커뮤니티에 '피로'라는 말의 사용 빈도가 작년 대비 41% 증가했다고 밝혔다.
글래스도어는 직장인들이 피로를 느낀 배경 중 하나로 정치를 꼽았다. 올해 '취임'이라는 말의 사용 빈도는 875%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에 영향을 발휘했으며, 올해만 해도 지구촌 곳곳에서 정치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열렸다. 한국을 비롯해 독일과 캐나다, 일본 등에서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취임하면서 역동적인 한 해를 보냈다.
경제적 불확실성과 스태그플레이션도 직장인들에게 피로감을 유발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올해 사용 빈도가 작년 대비 300%가 넘었다. 또 '어젠틱(agentic)'이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최근 1년간 2244%나 증가했다. 이는 '에이전트(agent·대리자)'라는 명사의 형용사형으로, 지시를 단순히 이행하는 정도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을 가리키는 '어젠틱 AI(agentic AI)'라는 말이 크게 유행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앞서 이 회사가 설문조사를 통해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이 직장에서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다는 느낌이 드느냐'고 물었을 때 응답자의 78%가 '그렇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시장도 피로감을 유발했다. 글래스도어의 수석 경제분석가 대니얼 자오는 CNBC 인터뷰에서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현재의 취업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채용이 부진하고, 경력 성장이 제한되고, 임금 상승이 제한된 환경 속에서 현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래스도어는 "올해 직장인들은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어떤 기사가 대서특필될지, 어떤 기술 변화가 있을지, 또 어떤 경제적 급변이 있을지 걱정했다"며 "정치가 매우 중요했고, 정리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고, 경제적 우려가 커졌고, AI에 따른 급변이 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각종 변화 속에 놓인 노동자들의 상황을 '연료탱크가 비었는데 달리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연말을 앞두고 다양한 곳에서 올해를 한 단어로 표현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앞서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을 편찬·발간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OUP) 산하 '옥스퍼드 랭귀지스' 사업부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분노 미끼(rage bait)'를 선정했다. 이 표현은 '온라인 조회 수를 높일 목적으로 이를 읽거나 보는 이들에게 분노나 짜증을 유발하는 글·그림·영상 등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로, 올해 들어 사용 빈도가 3배 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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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슬롭(Slop·음식물 찌꺼기)'을 선정했다. 이는 AI로 제작된 저품질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범람하는 현상을 뜻한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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