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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과 물결로 감정을 말하다…무나씨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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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스페이스K 서울서 무나씨 개인전
감정의 미세한 떨림, 물결로 시각화
관계와 감정 영향 포착해 회화로 표현
내년 2월13일까지 전시

감정의 파동을 먹과 수묵의 여백에 담아온 무나씨 작가가 스페이스K 서울에서 신작 개인전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를 선보인다.

먹과 물결로 감정을 말하다…무나씨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무나씨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2025). 스페이스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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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인 서울 강서구의 '스페이스K 서울'은 내년 2월13일까지 무나씨(Moonassi, 45)의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무나씨는 한지 위에 먹과 아크릴 물감으로 인물을 그려 감정의 흐름을 표현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물결로 시각화해 내면의 움직임을 화면에 펼쳐 보인다. 관계와 감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회화에서 무엇이 포착되고, 무엇이 사라지는지를 탐색한다.


무나씨('무(無)·나(I)·씨(氏)')는 형태가 고정되지 않은, 늘 변화 가능성을 지닌 자신을 상징한다. 11일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나씨 작가는 "나를 초월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이름"이라며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지만 그렇게 노력하고 견디는 과정의 나를 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무나씨는 종이 위에 붓으로 획을 남기는 일을 마음의 표면, 곧 수면에 파문을 그리는 일에 비유한다. 그의 작업은 전통 필묵에 현대적 감성을 더하며, 무표정한 인물들과 물·돌·나무 같은 자연물을 통해 감정의 흔들림과 정서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물'은 수용성과 유동성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감정을 흘려보내는 매개체처럼 기능한다.


이번 전시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The Season We Fade Away)'에서 작가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감정의 움직임을 탐구한다. 무나씨는 감정이 항상 타인과의 관계에서 깨어나고 흔들린다고 말하며, 타인의 흔적과 마주치는 순간 발생하는 정서의 요동을 회화로 담아냈다. 관계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균형과 흔들림의 순간을 포착해, 감정을 억누르거나 단정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제안한다. 궁극적으로 타인을 통해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흔들림 자체를 성찰하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먹과 물결로 감정을 말하다…무나씨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무나씨 '나는 저기 그것'(2025). 스페이스K 제공

작가는 감정의 기원을 알아가는 과정을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에 비유한다. '나는 저기 그것'(2025)과 '나는 여기 이것'(2025)의 인물들은 수면 가까이에서 자기 자신을 응시하지만, 가까이 갈수록 표면은 흔들려 모습이 흐릿해진다. '찰랑'(2024)에서는 두 인물이 물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출렁이는 물결은 관계 속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감정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감정을 완벽히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부정적이거나 흔들리는 감정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의 시선'을 강조한다.


무나씨의 인물들은 모두 감정·성별·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무표정한 얼굴로 등장한다. 특정한 감정이 표정에 드러나 감상자에게 선입견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인물과 자연을 검은색으로 묘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신 작가는 시선, 손짓, 자세 등을 통해 감정을 암시한다. '고사관수도'(2025)에서는 한 인물이 조용히 아래를 응시하고, '마음을 담아'(2025)에서는 잔잔한 수면 앞에 선 두 인물이 등장해 내면의 시간을 지나 감정을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그의 화면에는 주로 두 인물이 함께 등장한다. 스스로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인식하는 '나' 사이의 경계를 오래 탐구해 온 작가는, 두 인물을 나란히 배치해 충돌하던 내면이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을 은유한다.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2025)에서는 겨울 눈밭 위 두 인물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어 유대감과 고립의 정서를 동시에 전달한다. 이전 작품에서 감정을 비추던 물은 눈으로 변해 차갑게 쌓이고, 두 인물은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명상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고사관수도'는 높이 5m 규모로 설치됐으며, 7m 병풍 형태의 '마음을 담아'는 장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든다. 작품들은 크고 작은 물결이 일렁이는 화면들로 꾸려지고, 등장인물들은 서로 기대고 맞대며 관계의 교감을 형성한다. 이번 전시는 감정의 흔적과 관계 안의 고요한 긴장을 탐구하며, 관객이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처럼 감정과 관계의 교차점을 사유하도록 이끈다. 관객은 흔들림을 지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고요한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무나씨는 "고대 석관들을 보면 굉장히 디테일한 상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석공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작업했을까 떠올리면서 감동하게 되는데, 제 작품에서 그런 감상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먹과 물결로 감정을 말하다…무나씨 '우리가 지워지는 계절에' 무나씨 작가. 스페이스K 제공

무나씨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홍익대학교에서 수학한 한국화를 토대로 마음과 관계, 내면의 파동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2020년 현대미술회관(부산), 2024년 갤러리 바지우(파리), 2022년 갤러리 어센드(홍콩)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국제적으로 활동했고, 포스코미술관(2022), 디뮤지엄(2019), 경북대학교미술관(2017)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5년 키아프 하이라이트 세미파이널에 선정됐으며, 2013·2014년 YCN 프로페셔널 어워즈 일러스트레이션 부문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BTS RM(김남준)을 비롯한 소장자에게 대여한 작품 14점과 올해 신작 18점 등 총 32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오디오가이드는 배우 소유진이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관람객은 작품 옆에 설치된 QR을 통해 소유진의 목소리, 작품 이미지, 해설 텍스트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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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K는 2011년 과천에서 시작한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 공간으로, 2020년 마곡으로 확장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을 통해 신진 및 중견 작가 전시, 해외 작가 소개 등 예술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공간은 국내외 작가들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며 현대미술 저변 확대에 힘쓰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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