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지배하는 'Rule of Code'의 시대
내수 시장 벗어나 글로벌 산업화의 길로 가야
청년·예비 변호사 커리어 지평 넓혀야
LES 매년 개최…CES 같은 플랫폼 만들 것
"지난 1일 창간 75주년을 맞아 독자분들께 감사하면서 실은 다짐의 글 제목이 '75번째의 변심(變心)'이다. 75년 전통을 자랑하기보다 매 순간 변심에 변심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내려고 한다."
취임 후 3년 만에 법률신문의 괄목할 만한 변화와 성장을 이끈 이수형 대표는 "75년 역사의 법률신문은 법조의 공기(公器)라고 생각한다"며 "우선적으로 법조와 법조 독자들에게 좋은,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11일 이 대표에게 이번 행사를 마련한 동기와 향후 포부를 물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아시아 최초, 국내 유일의 법률 박람회(LES 2025)를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대한변협 등록 변호사 수가 4만명을 넘어섰고, 매년 1700여명의 법률가들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반면 법률시장 규모는 십수년째 7조~10조원에 그치고 있고, 변호사 1인당 평균 매출도 2억5000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정된 내수 시장 안에서 소송과 자문 수임만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인구가 줄어드니 시장 규모는 오히려 더 작아질 것이다. 의료와 비교하면 심각하다. 의료계는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을 넘어 제약·바이오·헬스케어·의료기기 등 거대한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률 시장에는 두 가지가 없다. '성장'과 '글로벌'이다. 법률 시장은 100% 내수 시장이다. 지금 한국의 내수 산업이 어떤지 보면 법률 시장의 미래도 보일 것이다. 법조는 훌륭한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수십년간 인재를 싹쓸이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보잘것없다. 법조도 이제 시장에서 벗어나 의료처럼 글로벌로, 산업화의 길로 가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7조 시장에서 70조 산업으로'(Beyond Market Toward Industry)라는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어떤 의미인가.
▲이 슬로건을 보고 많은 분들이 '그게 가능하냐? 말이 되느냐?'고 한다. 불가능하다. 5000만 내수 시장만 생각하면 70조는 고사하고 10조도 넘기 어렵다. 하지만 전 세계 50억 인구를 대상으로 생각하면 달라진다. 100배 큰 시장인데 7조에서 70조로 10배 커지는 것이 문제겠나? 올해 대한민국 4대 연예기획사의 예상 매출액이 5조1300억원이다. K-POP 전체 시장 규모는 이미 10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가장 훌륭한 인재들이 모이는 법조가 이렇게 머물러 있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된다. Rule of God, Rule of King의 시대를 지나 근대가 발명한 Rule of Law의 시대도 저물고, 드디어 기술이 지배하는 Rule of Code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기술공화국의 시대에 로펌이 문호를 개방해 공학과 과학, 수학에 기초한 기술기업들과 연합전선을 펼치면 K-Law의 70조 산업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로펌 스캐든 압스(Skadden Arps)의 랜스 A. 에체베리(Lance A. Etcheverry) 파트너 변호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83만 유튜브 구독자를 둔 한문철 스스로닷컴 대표변호사 등 강연자의 라인업이 정말 화려했는데, 어떻게 섭외가 이뤄졌나.
▲모두 바쁘신 분들인데 귀한 시간을 내어 연사로 참여해주셨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분들이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70조 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비전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AI 주권 국가를 강조해 온 박영선 전 장관이나, 변호사 브랜딩의 신기원을 연 한문철 변호사 등은 모두 기존의 틀을 깨고 혁신과 도약을 이뤄낸 분들이다. 법률신문과 함께 행사를 공동 주최한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의 역할도 컸다. 국내 최대 사내변호사 단체인 IHCF는 기업 법무실과 로펌 등을 일일이 찾아 설명하고 설득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률 산업 박람회'(LES 2025) 개막식에서 이수형 법률신문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백성현 법률신문 기자
-이번 박람회에서는 현직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커리어 콘퍼런스, 워런 버핏과의 점심을 벤치마킹한 '멘토링 런치', 서치펌의 채용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어떤 취지로 진행된 행사였고, 참여한 변호사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행사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가 청년 변호사와 예비 법조인들이 '다시 꿈을 꾸도록' 하는 데 있었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많은 젊은 법조인들이 시장의 경쟁에 매몰돼 꿈을 잃어가는 듯 보였다. 이분들에게 선배들이 개척하는 다양한 길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희망을 갖고 꿈을 꿀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었다. 단순한 로펌 취업을 넘어 기업의 경영 참여, 스타트업 창업, 해외 진출 등 커리어의 지평을 넓혀주고자 노력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멘토링 런치'에는 로스쿨생부터 현직 변호사까지 100여명이 몰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 참가자는 "단순히 로펌 취업만 생각하다가 국회,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선배들을 보며 시야가 트였다"고 했다. 현장 채용 부스에는 하루 만에 10여명의 5~6년 차 변호사가 이력서를 들고 찾아올 정도로 이직과 커리어 확장에 대한 갈증이 컸다. 멘토로 참여한 선배들 역시 후배들의 열정에 오히려 자극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상호 간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법률 산업 박람회'는 매년 개최할 예정인가.
▲행사의 명칭을 'LES 2025'로 정한 것은 내년, 내후년에도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가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려 그해의 기술 트렌드를 정의하듯, LES(Law Expo Seoul)를 매년 개최해 아시아 법률 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착시키고 싶다.
-3년 전 대표 취임 이후 법률신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75년 역사의 법률신문은 법조의 공기(公器)라고 생각한다. 우선적으로 법조와 법조 독자들에게 좋은, 도움이 되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 바탕 위에서 일반인들도 법과 더욱 가까워지고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지난 12월 1일 창간 75주년을 맞아 독자분들께 감사하면서 다짐의 글도 실었다. 글 제목이 '75번째의 변심(變心)'이다. 저희는 75년 전통을 자랑하기보다 매 순간 변심에 변심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내려고 한다. 전 직원 4명 안팎의 사업국 규모로 Law Expo 행사를 치러낸 것도 이런 혁신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법률 산업이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금 미국을, 세계를 이끌고 있는 기술공화국의 설계자인 팔란티어의 창업자 피터 틸과 CEO 알렉산더 카프 모두 변호사다. 한문철 변호사는 강연에서 후배 변호사들에게 "딴짓을 많이 하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변호사들도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 다양한 일들에 도전하면서 70조 산업의 주역이 되기를 바란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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