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관세 피해 19% 세율 동남아로 우회
수출품 60%는 동남아서 재가공 후 수출
자동차 등 빠르게 기존 공급국 대체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국이 고율 관세를 피해 동남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을 급격하게 확대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ISI 마켓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의 동남아 6대 경제권(인도네시아·싱가포르·태국·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에 대한 수출은 4070억달러(약 599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3300억달러를 기록한 것 대비 23.5% 증가한 액수다.
중국의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은 지난 5년간 두 배로 증가했고, 무역 흑자는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동남아 같은 시장에 값싼 상품을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덤핑 판매해 현지 제조업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롤런드 라자 로위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몇 년간 이어진 차이나 쇼크가 올해는 미국 관세 회피 움직임 때문에 더욱 확대됐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수출 급증이 중국산 제품에 적용된 관세를 우회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약 47%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동남아 여러 국가엔 약 19%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고율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산 제품을 제3국을 경유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원산지를 숨기는 기업들에 최대 40%에 달하는 환적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실제 적용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FT는 짚었다.
라자 경제학자는 지난 9월 중국의 동남아 수출이 전년 대비 최대 30% 증가했다고 추산하며 이는 이전의 단순 수출 급증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산 제품이 지역 내 다른 수출국들을 밀어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 상당수는 성장에 기여하는 성격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수출 중 최대 60%는 부품으로, 지역 내에서 조립돼 다른 시장으로 수출된다.
특히 중국은 동남아 소비재 분야에서 다른 국가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으며 지배적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다.
말레이시아 민주주의경제연구소에서 근무했던 도리스 리우 경제학자는 "특히 저가 소비재 분야에서 중국의 공급 과잉은 새로운 판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지리적 근접성, 물류,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동남아는 가장 자연스러운 파급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자동차다. 동남아 소비자들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에서 중국 비야디(BYD)의 저렴한 전기차로 대거 이동 중이다.
PwC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동남아 6대 시장에서 일본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62%를 기록했다. 2010년대 평균이 77%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다. 반면 중국차의 점유율은 사실상 미미하던 수준에서 5% 이상으로 뛰었다.
일부 동남아 국가는 저렴한 중국산 제품에 자국 제조사들이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해 수입 규제를 강화하거나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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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리우 경제학자는 이러한 조치들이 "단편적이고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 제조업체들은 업그레이드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며 "중국의 산업 생태계는 훨씬 더 혁신적이다"라고 밝혔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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