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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②나노플라스틱, 세계는 어떻게 측정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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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해결해야 할 '표준과 데이터'의 빈틈

수돗물 속 미세·나노플라스틱 논의는 2017년 미국 비영리 탐사보도 조직 오브미디어(Orb Media)가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다국적 비교 조사에서 시작됐다.


해당 결과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을 통해 공개됐으며, 미국·유럽·아시아 등 14개국 159개 수돗물 시료 중 약 83%에서 미세플라스틱 흔적이 보고됐다. 미국 일부 도시 시료에서 비교적 높은 빈도가, 영국과 일부 유럽 지역에서는 낮은 수준이 확인됐다.


[과학을읽다]②나노플라스틱, 세계는 어떻게 측정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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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구진은 이 수치를 국가별 수돗물 품질의 우열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료 채취 방식, 입자 크기 기준, 전처리 방식, 분석 장비 감도 등 측정 조건의 차이가 결과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즉, 검출된 양 자체보다 "어디까지 볼 수 있었는가"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이후에도 해외에서는 수돗물과 병입수의 미세·나노플라스틱 존재 여부를 분석한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됐다. 물의 출처, 정수 처리 과정, 포장 여부, 관로 조건 등에 따라 검출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결론이 반복됐고, 일부 연구는 병입 생수에서 나노 단위까지 포함할 경우 ℓ당 수백만 개 단위의 입자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과학을읽다]②나노플라스틱, 세계는 어떻게 측정하고 있나 수돗물을 마시는 소년. 픽사베이 제공

다만 이는 분석 장비 성능과 처리 기준 차이에 따른 "조건부 결과"로 해석됐다.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결론은 분명하다. '얼마나 많이 검출됐느냐'보다 '어디까지 검출할 수 있었느냐'가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민감한 장비일수록 더 작은 입자를 포착해 수치가 높아지는 구조다.


한국 역시 2017년 환경부 조사에서 입자 크기 기준을 '20마이크로미터(㎛) 이상'으로 놓고 수돗물 1ℓ당 0.2~0.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측정 가능한 영역에서만의 결과일 뿐, 그보다 작은 초미세·나노 단위 입자는 분석체계와 표준화된 방법 부재로 아직 정확한 수준을 알 수 없다. 결국 한국의 낮은 수치와 미국·유럽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 역시 '절대 비교값'이 아니라 '측정 조건 차이'에서 비롯된 상대적 표시값이다.


[과학을읽다]②나노플라스틱, 세계는 어떻게 측정하고 있나
"수치는 참고값일 뿐… 판단 기준이 먼저다"

박새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0.2~0.6개/ℓ라는 국내 수치는 '20㎛ 이상'에서만 본 결과이며, 그보다 작은 영역은 분석법이 없는 상태"라며 "플라스틱 종류, 형태, 크기에 따른 제거 효율 차이와 국가별 측정 조건의 변수를 고려하면 단순 비교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인철 국립환경과학원 물이용연구과 연구관도 "국내 수돗물 수치는 낮은 편이지만, 국제적으로 통일된 분석법이 없어 절대 판단은 유보해야 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인체 위해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분석법 표준화와 실태조사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과학을읽다]②나노플라스틱, 세계는 어떻게 측정하고 있나

결국 2017년 Orb Media 보고서에서 촉발된 수돗물 속 미세·나노플라스틱 논쟁은, 최신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론을 반복한다. 존재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측정 방식과 기술 차이 때문에 국가별 데이터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도, 무조건적 안심도 아니다. 표준화된 분석법 구축, 그리고 한국 실정에 맞는 데이터 인프라 확보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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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반이 갖춰져야만 한국 수돗물의 실제 안전 수준과 관리 방향에 대한 판단 역시 과학적 근거 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논란의 핵심은 수치가 아니라 기준이다. 기준이 없는 상태의 수치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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