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SCMP 칼럼]물가·증시·무역…트럼프, 다 가질 순 없다

시계아이콘02분 41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美 정치 화두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무역 균형·증시 호황과 공존 불가
트럼프 경제 구상 인플레 유발 우려

[SCMP 칼럼]물가·증시·무역…트럼프, 다 가질 순 없다 앤서니 W.D. 아나스타시 상하이이공대학 중영국제학원 경제학 조교수. SCMP
AD

미국 민주당이 이달 초 많은 이들이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지방 선거와 주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뉴욕 시장이 된 조란 맘다니와 버지니아 주지사가 된 애비게일 스팬버거, 그리고 조지아 공공서비스위원 선거에서 두 차례 승리하는 등 민주당은 좋은 성과를 냈다. 승리의 메시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였던 '감당할 수 있는 비용(affordability)'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공화당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문제를 다시 제기해야 한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고소득자가 아닌 모든 미국인에게 50년 만기 모기지와 최소 2000달러 관세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50년 만기 모기지가 터무니없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관세 수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배당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부터 추구한 목표, 즉 무역 적자 균형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무역 균형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세 번째 경제 목표로 주식시장 호황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 세 목표는 구조적으로 서로 충돌한다. 미국이 단기 및 중기적으로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은 많아야 두 가지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이 불가능한 삼위일체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 무역 체제와 금융 흐름의 불균형 때문이다. 간단한 거시경제 회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소비(가계·정부 소비 포함)와 총저축의 합이며, 이는 그 나라의 국내 생산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편 국내 수요는 총소비와 총투자의 합이다. 한 나라의 국내 수요와 국내 생산의 차이, 즉 무역수지는 단순히 한 나라의 총저축과 총투자의 차이다.


국내 투자보다 저축이 많은 국가는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 그러나 잉여 저축이 있는 만큼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입해야 하며, 자본수지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국가 밖으로 유출되는 금융 자본이 유입되는 자본보다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해외로 내보내는 자본보다 더 많은 금융 자본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지만, 이러한 자본 흐름은 투자율이 저축률보다 높다는 뜻이므로 무역적자도 기록하게 된다.


미국은 적어도 1980년대부터 무역적자를 기록해 왔으며, 이는 자본수지 흑자가 지속됐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미국인들은 잉여 금융자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해외에서 잉여 물품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달러 강세가 형성됐고 미국인들은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 국내에서는 높은 자산 가격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미국의 고평가된 달러와 무역적자는 슈퍼마켓 물가를 낮게 유지하고 주식시장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한다면 물가 상승 또는 자산 가격 하락 두 가지 중 하나가 발생할 것이다.


먼저 더 높은 물가부터 살펴보자. 무역수지는 단순히 한 나라의 총저축과 투자 사이의 차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선호하는 정책 수단은 관세다. 이는 대체로 순수입자, 즉 가계에서 국가와 순수출자, 즉 기업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조치다. 이러한 이동은 소비를 감소시키고 저축을 늘려 무역수지를 개선한다.


그러나 관세는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키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생산 제품의 가격까지 오르게 한다. 이는 관세가 소비재 생산에 사용되는 수입 부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며, 경제 전반의 가격 상승이 국내 부품을 사용하는 국내 생산자에게도 가격 인상 여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산 가격 하락이다. 무역흑자 국가는 자국 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전 세계 잉여 저축의 약 절반은 미국 금융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입된다. 외국인들이 미국 자산을 매입하면 투자와 저축 사이의 격차가 더 커지고 이는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미국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금융자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잉여 저축의 일부가 정부로 흘러 들어가 외국인이 구매할 수 있는 미국 자산의 양을 직접적으로 줄이며, 동시에 미국 자산을 매입했을 때 수익이 줄어 수요를 낮추는 간접적인 영향도 미친다.


그러나 미국 금융자산을 사는 이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세금은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자산 가격 하락에 직면한 미국은 저축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여야 하며, 이는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진다.


아주 최근의 역사만 봐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은 '불가능한 삼위일체' 중 하나만 갖거나 아예 하나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발 이후 미국은 사실상 주식시장 호황 단 하나만 누렸다. 미국이 구조적 이유로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겪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경기적 요인도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 위기였을 때, 미국의 정책과 팬데믹 시기의 경기부양책은 균형을 더욱 흐트러뜨려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했고, 생활비 부담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값싼 상품과 높은 자산 가격을 약속하면서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든다면 그는 실패하거나 엄청난 인플레이션이나 시장 붕괴라는 대가를 치르며 성공할 것이다. 진실은 냉혹하다. 미국의 경제 및 무역 모순은 수십 년 동안 해외 자본과 값싼 수입품으로 은폐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균형 무역 비전은 부유하지 않은 미국인이든, 월스트리트든 누군가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한다. 어떤 정치적 브랜딩이나 포퓰리즘적 색채를 띠더라도 이 계산을 바꿀 수는 없다.


앤서니 W.D. 아나스타시 상하이이공대학 중영국제학원 경제학 조교수


AD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Trump can't have it all: low prices, booming stocks, balanced trad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