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 화두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무역 균형·증시 호황과 공존 불가
트럼프 경제 구상 인플레 유발 우려
앤서니 W.D. 아나스타시 상하이이공대학 중영국제학원 경제학 조교수. SCMP
미국 민주당이 이달 초 많은 이들이 패배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지방 선거와 주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뉴욕 시장이 된 조란 맘다니와 버지니아 주지사가 된 애비게일 스팬버거, 그리고 조지아 공공서비스위원 선거에서 두 차례 승리하는 등 민주당은 좋은 성과를 냈다. 승리의 메시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이유였던 '감당할 수 있는 비용(affordability)'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후 공화당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 문제를 다시 제기해야 한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그는 고소득자가 아닌 모든 미국인에게 50년 만기 모기지와 최소 2000달러 관세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50년 만기 모기지가 터무니없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관세 수입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배당금은 트럼프 대통령이 1980년대부터 추구한 목표, 즉 무역 적자 균형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다.
감당할 수 있는 비용과 무역 균형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세 번째 경제 목표로 주식시장 호황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이 세 목표는 구조적으로 서로 충돌한다. 미국이 단기 및 중기적으로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은 많아야 두 가지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이 불가능한 삼위일체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 무역 체제와 금융 흐름의 불균형 때문이다. 간단한 거시경제 회계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소비(가계·정부 소비 포함)와 총저축의 합이며, 이는 그 나라의 국내 생산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편 국내 수요는 총소비와 총투자의 합이다. 한 나라의 국내 수요와 국내 생산의 차이, 즉 무역수지는 단순히 한 나라의 총저축과 총투자의 차이다.
국내 투자보다 저축이 많은 국가는 무역 흑자를 기록한다. 그러나 잉여 저축이 있는 만큼 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입해야 하며, 자본수지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국가 밖으로 유출되는 금융 자본이 유입되는 자본보다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해외로 내보내는 자본보다 더 많은 금융 자본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자본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되지만, 이러한 자본 흐름은 투자율이 저축률보다 높다는 뜻이므로 무역적자도 기록하게 된다.
미국은 적어도 1980년대부터 무역적자를 기록해 왔으며, 이는 자본수지 흑자가 지속됐음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미국인들은 잉여 금융자산을 제공하는 대가로 해외에서 잉여 물품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달러 강세가 형성됐고 미국인들은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 국내에서는 높은 자산 가격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미국의 고평가된 달러와 무역적자는 슈퍼마켓 물가를 낮게 유지하고 주식시장 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한다면 물가 상승 또는 자산 가격 하락 두 가지 중 하나가 발생할 것이다.
먼저 더 높은 물가부터 살펴보자. 무역수지는 단순히 한 나라의 총저축과 투자 사이의 차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선호하는 정책 수단은 관세다. 이는 대체로 순수입자, 즉 가계에서 국가와 순수출자, 즉 기업으로 소득을 이전하는 조치다. 이러한 이동은 소비를 감소시키고 저축을 늘려 무역수지를 개선한다.
그러나 관세는 가계가 구매하는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키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생산 제품의 가격까지 오르게 한다. 이는 관세가 소비재 생산에 사용되는 수입 부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며, 경제 전반의 가격 상승이 국내 부품을 사용하는 국내 생산자에게도 가격 인상 여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산 가격 하락이다. 무역흑자 국가는 자국 내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매입해야 한다. 전 세계 잉여 저축의 약 절반은 미국 금융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입된다. 외국인들이 미국 자산을 매입하면 투자와 저축 사이의 격차가 더 커지고 이는 무역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미국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금융자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잉여 저축의 일부가 정부로 흘러 들어가 외국인이 구매할 수 있는 미국 자산의 양을 직접적으로 줄이며, 동시에 미국 자산을 매입했을 때 수익이 줄어 수요를 낮추는 간접적인 영향도 미친다.
그러나 미국 금융자산을 사는 이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 세금은 자산 가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자산 가격 하락에 직면한 미국은 저축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여야 하며, 이는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진다.
아주 최근의 역사만 봐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미국은 '불가능한 삼위일체' 중 하나만 갖거나 아예 하나도 갖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발 이후 미국은 사실상 주식시장 호황 단 하나만 누렸다. 미국이 구조적 이유로 지속적인 무역적자를 겪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유발한 경기적 요인도 있었다.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적 위기였을 때, 미국의 정책과 팬데믹 시기의 경기부양책은 균형을 더욱 흐트러뜨려 인플레이션 급등을 초래했고, 생활비 부담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무역 불균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값싼 상품과 높은 자산 가격을 약속하면서 무역적자를 해소하려 든다면 그는 실패하거나 엄청난 인플레이션이나 시장 붕괴라는 대가를 치르며 성공할 것이다. 진실은 냉혹하다. 미국의 경제 및 무역 모순은 수십 년 동안 해외 자본과 값싼 수입품으로 은폐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균형 무역 비전은 부유하지 않은 미국인이든, 월스트리트든 누군가 대가를 치를 것을 요구한다. 어떤 정치적 브랜딩이나 포퓰리즘적 색채를 띠더라도 이 계산을 바꿀 수는 없다.
앤서니 W.D. 아나스타시 상하이이공대학 중영국제학원 경제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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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Trump can't have it all: low prices, booming stocks, balanced trade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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