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성향 묻고 양형 자료 공유
온라인에서 형량을 낮추는 방법을 공유하는 '음주운전 면허 구제 카페'가 활개를 치고 있다.
18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음주운전 구제 카페는 회원 수가 5만명을 넘어섰고, 11월에만 수백건이 넘는 상담 글이 올라왔다. 이 카페에서는 '음주운전 적발 시 대처 매뉴얼'과 '감형받는 반성문 작성법' 등이 무료로 공유 중이다.
무료 배포 자료를 요청했더니 반나절 만에 개인 메일로 받아볼 수 있었다. 해당 자료에는 '경찰서를 가기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만취 상태여도 이동 거리가 짧으면 기소유예를 노릴 수 있다' 등 상황별 대처 매뉴얼이 상세히 기재됐다.
회원 간 노하우 공유도 활발해 사실상 감형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 회원이 "두 번째 음주운전으로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 실형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는 글을 올리자 다른 회원들은 "진심 어린 반성문으로 판사 마음을 흔들어라", "양형 자료를 잘 준비하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는 등의 조언을 했다. 재판 담당 판사의 소속과 이름 초성을 올리며 판사의 성향을 묻는 글도 확인됐다.
문제는 이 같은 정보 공유가 음주운전 재범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카페에서는 형량을 줄이는 법만 강조될 뿐,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반성과 예방 인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재범률은 43.8%에 달했고,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900명 이상이 '7회 이상' 음주운전 재범자로 적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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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양형 기준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상습범들에 대한 치료와 교육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하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이 8년 이하를 권고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법률에 명시된 형량이 낮은 수준이 아니지만, 국민 법 감정에 맞춰 양형 기준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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