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에 생산량 급감
내수·관광객 소비는 확대
일본 쌀값이 조사 시작 이후 최고가를 경신하며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 감소와 소비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공급 불안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5일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농림수산성이 이달 3~9일 전국 약 1000개 마트의 판매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5㎏ 기준 쌀 평균 판매가격은 4316엔(약 4만650원)으로 조사됐다. 전주 대비 1.9% 상승한 수치로, 2022년 3월 해당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 기록이다. 이전 최고가는 지난 5월 중순 4285엔으로, 당시 정부가 비축미를 대량 방출하기 직전이었다.
일본의 쌀값 상승세는 수년간 이어져 왔다. 2021년부터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고, 특히 지난해 기록적 폭염과 가뭄으로 벼 생육이 타격을 받았다. 일본 정부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생산 억제 정책'이 지속되면서 구조적 공급 부족이 누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시바 정권 이후 추진되던 증산 정책이 사실상 철회된 점도 수급 불안 심화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한때 정부가 반값 수준으로 비축미를 풀며 가격이 3500엔대까지 떨어졌지만, 공급량이 축소되자 곧바로 상승세가 재개됐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폭염에 따른 생산 감소와 더불어 관광객 급증, 지진 이후 사재기 등이 겹치며 일부 지역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쌀값 급등에 따른 파급효과는 우리나라까지 닿았다. 일본 방문객들 사이에서 한국산 쌀을 대량 구매해 돌아가는 이른바 '쌀 쇼핑'이 포착됐고, 실제 한국산 쌀의 대(對)일 수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으로 수출된 한국산 멥쌀은 550t을 넘어서며, 지난해 '0'이었던 수출량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휴대 반입을 위한 검역증명서 발급 건수도 급증해, 10월 중순까지 확인된 실적은 전년 대비 45배 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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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시적 수급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 고령화, 농업 인력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본의 쌀 생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봤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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